첫 국제화상재판… 뺑소니범 자백 받아
입력 2013-02-06 21:26
지난 1월 29일 오전 7시30분쯤 서울중앙지검 1404호실에서는 큰울음이 새어 나왔다. 2009년 11월 3일 지구 반대편 남미 코스타리카에서 등굣길에 뺑소니 사고로 딸을 잃은 전모씨 가족이었다. 이들은 검사실에 설치된 모니터에 딸의 사진을 보이며 “당신이 딸을 차로 친 다음 쓰러진 걸 확인하고 도망갔다. 왜 자꾸 아니라고 그러느냐”며 따졌다.
모니터는 비행기로 꼬박 하루거리인 코스타리카 재판정을 비추고 있었다. 그곳에서 캐나다인 A씨(66·여)는 고개를 숙인 채 전씨의 이야기를 들었고, 결국 “미안하다”며 범행 일체를 자백한 뒤 울며 용서를 구했다. 전씨 가족이 아이를 잃은 지 꼬박 3년2개월여 만에 받은 사과였다.
사고 당시 A씨는 현지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지만 계속 교통사고 과실과 뺑소니 사실을 전면 부인해 왔다. 그러나 전씨 가족은 현지 파견근무 기간이 끝나 재판을 보지 못한 채 귀국했다. 유족은 재판 지연 문제로 고통을 겪다 외교 당국에 도움을 호소했고 현지 한국 대사관이 유족을 돕기 위해 나섰다. 결국 지난해 12월 코스타리카가 우리나라에 사법공조를 요청해 지난달 29일 첫 국제 화상재판이 열렸다.
A씨는 당시 재판에서 징역 3년(집행유예 3년)에 보상금 2만 달러 지급을 합의했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이성희)는 “지난 5일 결심에서 A씨가 유족에게 합의금을 전달했다”며 “화상을 통해 유족들의 고통이 생생하게 전달된 것이 피고인의 진지한 사과를 이끌어냈다”고 6일 밝혔다.
우리나라가 1992년 8월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한 이후 화상재판이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