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행학습금지 필요성 일깨운 사교육비 통계

입력 2013-02-06 18:14

지난해 우리나라 사교육비 총규모가 19조원으로 전년보다 1조1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고교 사교육비는 각각 6조1000억원과 5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9%, 1.7%씩 늘었다. 초등학교의 경우 방과후 학교수업 참여율이 높아지면서 사교육비가 줄어든 것은 바람직하지만 중·고교에서 늘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경기침체 영향으로 사교육비를 줄인 것을 감안하면 사교육 광풍이 주춤해졌다고 방심하기는 이르다.

사교육비 부담으로 가계가 휘청한 에듀푸어(교육 빈곤층)들이 82만4000가구(인구수 305만명)로 국내 전체 가구의 13%에 달하는 반면, 초등학생이 중학교 3학년 교과서까지 미리 공부하는 비정상적인 현실은 분명히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게 정답이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선행학습금지법’은 시행해볼 만하다. 이 법안은 학교 시험과 대학 입시에서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선행학습 내용을 출제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교장과 교사까지 처벌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본권 침해라는 위헌소지가 있고, 1980년대 과외금지조치처럼 음성적 시장만 키우게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학원이나 EBS 프로그램, 인터넷 강의 등 다양한 교육통로를 통해 선행학습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어디까지 규제할 것이냐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수월성 교육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면밀히 검토해 선행학습금지법안을 다듬어야 한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학원에서 이뤄지는 선행학습을 우선적으로 규제해야 함은 물론이다. 현실적인 단속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선행학습 붐이 이대로 확산되면 사교육의 폐해를 줄일 수 없게 될 것이다.

학생들이 사교육시장으로 빠지지 않게 하는 근본 대책은 학교 교육을 내실화하고 공교육만으로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다. 사교육 수요가 높은 과목의 전문교사를 더 많이 확보하고 예산을 더 배정함으로써 수준별 수업을 알차게 꾸려가야 한다. 학원에 가지 않고도 우수한 인재들에 대한 수월성 교육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공교육비 지출 중 민간부담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3배 이상 높고, 사교육비도 가구 소비지출의 14%로 부담이 큰 만큼 교육재정을 늘릴 필요가 있다.

고교 졸업자의 80%가량이 대학에 진학하는 기형적 사회풍토도 바꿔야 한다.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수를 늘려 고졸 취업자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사회에서 대접받을 수 있는 사회적 인식전환도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