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용의자라면 미국인도 사살할 수 있다는 미 정부 내부문건이 드러나 파문이 커지고 있다. 테러리스트에 대한 무인기(드론) 공습이 미국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테러 용의자들에 대한 확증 없이도 미 정부가 이들을 제거할 수 있는 초법적 권한을 가진다는 내용이 폭로된 것.
5일(현지시간) NBC방송이 보도한 16쪽 분량의 미 법무부 문서에는 테러 혐의점이 발견된 미 국적자를 살해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적혀 있다. ‘사법부의 견해’로 표현된 문서는 “미국을 공격하려는 미국인에 대해 살인 작전을 펼치는 것은 자주국방을 위한 정당행위로 미 정부의 암살금지법 조항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 논리는 미 정부가 알카에다 용의자에 대한 드론 공습을 합리화하는 법적 근거로 통용돼 이번주 존 브레넌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에 대한 의회 인준 청문회를 앞두고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브레넌 지명자는 미 국무부 대테러 국토안보 보좌관 출신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드론 관련 업무를 책임졌던 인물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시민권자에 대한 공격이 이미 2011년 9월 예멘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당시 드론 작전으로 미국 국적을 소유한 극단주의 이슬람 성직자 안와르 알 올라키와 그의 조직원 사미르 칸이 사살됐다. WP는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비밀리에 운영하던 드론 기지의 존재가 드러났다면서, 문건 공개 시점을 볼 때 브레넌에 반대하는 이들이 백악관 압박용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이 문건에 대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 위에 세워진 민주국가에서 나온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연맹은 “미 정부가 법원과 국민들에게 아무 증거도 내놓지 않은 채로 미국인을 지목해 살해할 권한을 지닌다는 뜻”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미 외교협회도 드론 공격의 문제점을 지적한 심층진단보고서를 발표했고, 버지니아주 샬롯빌시는 처음으로 드론을 불허하는 조치를 내놓는 등 드론 운용 자체에 대한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알카에다 용의자면 미국인도 사살”… 美 내부문건 공개 파장
입력 2013-02-06 2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