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난민아동 50%, 정부 무관심에 ‘무국적’… 발달·심리 장애 심각

입력 2013-02-06 17:59


세이브더칠드런 ‘생활 실태조사’ 발표

국내에 거주하는 난민아동의 절반이 정부의 무관심으로 인해 무국적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난민아동은 일반 이주민에 비해 삶의 질이 낮았고 절반가량은 심리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사무총장 김미셸)은 6일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8층 배움터에서 ‘난민아동포럼’을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한국거주 난민아동 생활실태조사 및 지원방안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한국거주 난민아동에 대한 실태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은 2010년부터 국내 난민아동들에게 교육과 생활, 의료 지원을 해오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난민 30가정의 부모 및 아동에 대한 심층면접을 실시하고 아동 10명에게는 참여관찰 및 심리검사를 실시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만18세 미만 난민아동은 지난해 말 기준 173명, 2011년말 기준 136명이다. 조사결과 이들은 선진국보다 턱없이 낮은 난민인정비율로 인해 난민인정 과정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었고, 난민으로 인정받은 뒤에도 일반 이주민이나 외국인과 비교해 삶의 질과 사회적 지위가 현저하게 낮았다.

특히 조사 대상 아동의 절반은 무국적자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기본 권리조차 박탈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 이유는 난민들이 박해받을 것을 우려해 본국 대사관에 출생등록을 못하고 있는데도 한국 정부가 난민들을 위한 출생등록제도 등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신분을 증명할 방법이 없는 난민아동들은 학교 입학이나 병원 이용 등 사회생활에서 제약을 받고 있었다.

또 낯선 외국에서 불안정한 신분으로 생활해야 하는 난민부모의 양육 스트레스로 자녀의 발달 지연과 심리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달심리 조사결과 대상아동 7명 중 4명이 언어발달 지연이 의심됐고, 2명은 심각한 문제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성 발달 지연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아동도 전체 7명 중 4명에 달했다. 이 밖에 대부분 난민아동들이 사회적 차별과 부모와의 문화·언어적 괴리, 경제적 이유로 인한 양육과 교육의 어려움 등을 공통으로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김현미 교수는 “난민신청자나 인도적 체류자가 자녀를 출산할 경우 출생등록 등 법적 인격 부여 절차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난민 당사자의 사회권 보장뿐 아니라 난민아동에 대한 통합 관점의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세영 기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