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물질기부로 다문화아이들 수호천사 됐죠”… 외교부 선교회+지역교회가 일군 포천 다문화국제학교

입력 2013-02-06 18:00


조선족인 김성(17)군은 2011년 1월 처음으로 고국 땅을 밟았다. 태어나 15년간 중국에서 생활하던 김군은 수년 전 먼저 입국한 어머니의 초청으로 한국에 올 수 있었다. 오랜 시간 떨어져 살았던 어머니와의 재회는 눈물겨웠지만 학교라는 현실은 버거웠다. 김군은 중국 한족학교에서 우등생이었지만 모든 교육이 한국어로 진행되는 한국의 교육제도에 편입되는 것은 어려웠다. 검정고시도 쉽지 않았다. 현지 학교의 학력 인증이 있어야 하는데 서류를 떼기 위해서는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해 4월 김군은 검정고시를 볼 수 없었고, 8월이 돼서야 간신히 서류가 마련돼 시험을 봐 당당히 합격했다.

김군처럼 가정사나 탈북 등의 이유로 ‘중도입국’한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한국의 일반 학교에 다니는 것이 힘겹다. 현지에서 아무리 뛰어났다 하더라도 한국어의 장벽이 그보다 높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온 이은미(18)양도 중도입국 후 일반학교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일본에서는 서예 분야에서 두각을 내 주목받았을 만큼 재능이 뛰어난 학생이었지만 한국식 교육제도는 이양의 재능을 주목하지 않았다. 결국 이양도 다문화국제학교의 도움으로 지난해 8월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신상록 ‘함께하는 다문화 네트워크’ 이사장은 “운전면허 시험도 다양한 언어로 응시할 수 있는 시대에 검정고시 등 학력 관련 시험을 한국어로만 치르게 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신 이사장은 “저마다의 사정을 안고 한국에 온 중도입국 다문화가정 학생들은 검정고시 응시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이제부터라도 한국의 교육제도가 다양한 계층의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포용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2011년 3월 정식 개교한 포천 다문화국제학교에는 현재 16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학생들은 대부분 김군이나 이양처럼 뒤늦게 한국에 온 중도입국 다문화가정 자녀다. 학생들은 한국어가 서툴러 일반 학교에서의 학습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포천 다문화국제학교를 찾는다. 하지만 교사들과 직원들의 헌신적 노력은 개교 1년6개월 만에 4명의 학생이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하는 성과로 나타났다.

포천 다문화국제학교는 외교통상부 선교회 등 공직에 있는 기독교인들이 중심이 돼 세워진 국제학교다. 2005년 신 이사장과 당시 외교부선교회 회장이던 최성수 OECD 참사관이 국제학교 설립을 구상했다. 이후 2007년 선교회와 한·미 여성총연합회, 함께하는 다문화 네트워크가 힘을 합쳐 다문화국제학교 방과후 교실을 개설한 것이 모태가 됐다.

학교의 중요한 특징은 자원봉사자는 물론 인근 대학교와 일반 고교 등 다양한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학생들의 학습지도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천 차의과대학교 학생 10명은 지난해부터 학교를 찾아와 과학과 수학 과목의 학습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고, 포천 동남고등학교 다문화 동아리 학생 20여명도 학생들의 방과후 학습에 함께했다. 박영신 교장은 “교원자격증을 소지한 자원봉사자들의 재능기부도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학교는 현재 2층 규모의 교사를 마련키 위해 5억원 모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외교부선교회는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에서 후원의 밤을 개최했으며, 일부 외교관들은 급여 일부를 기부하기로 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