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섬유 환율 쇼크 비상… 2013년 적자 불보듯

입력 2013-02-06 21:16


올해 경기침체와 원화 강세(환율 약세)가 계속되면 전기·전자와 섬유업종은 본전도 못 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수출 중소기업 전체로는 최소 8600곳이 추가로 적자를 낼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전기·전자업종의 영업이익률(매출액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3.4%보다 3.5% 포인트 낮은 -0.1%를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6일 밝혔다. 같은 기간 섬유업종은 0.1%에서 -2.2%로, 자동차업종은 4.7%에서 1.9%로 추락할 것으로 관측됐다.

금감원은 경기 둔화와 환율 하락이 주요 수출 중소기업 722곳에 미치는 충격을 분석했다. 매출액 증가율이 지난해 2.2%에서 올해 1.1%로 반 토막 나고,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말 1071.1원에서 올해 말 1000원까지 곤두박질치는 상황을 가정했다.

이 경우 산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은 5.5%에서 3.2%로 급감한다. 기업 이익을 대출이자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은 2.7에서 1.5로 낮아진다. 이자를 갚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이 거의 없는 셈이다.

영업적자가 예상되는 기업 비중은 기존보다 10% 포인트 늘어난다. 중소기업청 집계로 지난해 기준 국내 수출 중소기업은 8만6000곳 정도다. 상황이 악화되면 올해에만 약 8600곳이 추가로 적자를 내게 된다. 수출 중소기업은 대부분 환율 방어능력이 약해 적자 기업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 장복섭 중소기업지원실장은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70원 떨어졌고 올해는 1000원 아래로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며 “이런 상황이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금감원이 KB국민은행 등 8개 은행에 설문한 결과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업종은 정보통신(IT)과 자동차, 조선이었다. 일본 기업과 경쟁이 심해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가격 경쟁력, 시장 점유율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8개 은행은 수출기업의 손익분기점이 되는 원·달러 환율을 1016.2원으로 봤다. 업종별로는 가전과 반도체·디스플레이가 각각 1088원, 1085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미 손익분기점이 깨졌다. 정보통신(1074원) 철강·금속(1067원) 자동차(1057원) 조선(1055원)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지난달 원·달러 평균 환율은 1066.5원으로 2011년 7월(1058.5원) 이후 가장 낮다.

수출 중소기업 236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원·엔 환율 손익분기점은 100엔당 1214.4원으로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6일 원·엔 환율은 1160.9원까지 내려가며 2008년 9월 15일(1059.7원) 이후 4년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출 중소기업 91.6%는 지난해 원화 강세로 이익이 최대 30% 줄었다. 이들 기업의 45.3%는 올해도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수출 실적이 지난해보다 10∼2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