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신율] 청문회 탓보다는 검증부터 제대로
입력 2013-02-06 17:48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공직자가 소신껏 정책을 밀어붙여야 효과를 발휘한다”
요사이 박근혜 당선인의 검증에 대한 언급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식 청문회를 연일 언급하며 언론과 청문위원들이 한 말을 “신상 털기”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지적에 일정 부분 공감할 수는 있다. 우리나라 청문위원들의 불필요한 고압적 자세나 고함에 가까운 소리를 치며 청문 대상자를 주눅 들게 하는 부분은 고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청문회가 미국처럼 업무 능력에 대한 검증에 치중할 수 없는 이유와 우리나라 언론이 이른바 “신상 털기”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박근혜 당선인은 먼저 생각했어야 했다. 미국의 경우 청문회에 후보자가 등장하기 이전 단계에서 철저히 검증한다. 우선 공직 후보자로 선정되기 이전 단계에서 해당 인물은 개인과 가족에 대한 배경 사항(61개항), 직업 및 교육적 배경에 관한 사항(61개항), 세금 납부에 관한 사항(32개항), 교통범칙금 등 경범죄 위반 사항(34개항) 그리고 전과 및 소송 진행에 관한 사항(35개항) 등 총 233개의 항목에 대해 자기 진술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는 물론 전부 주관식이다.
이를 토대로 백악관 인사국과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 그리고 공직자윤리위원회가 합동으로 스크린을 하는데 이중 IRS는 세금 관련 내역을, 그리고 FBI는 다른 신원 조회를 맡는다. 이 과정에서 직무와 관련한 과거 경력은 물론 재산과 여자(남자)관계 등 사생활까지 조사한다. 또한 본인과 배우자는 물론 미성년 자녀가 1000달러가 넘는 주식·채권을 가지고 있을 경우 이에 대한 자금 출처 조사도 철저히 한다. 그리고 지난 7년 동안 알고 지낸 이웃 주민도 적어내게 해서 이들 이웃이 해당 인물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조사한다. 그리고 자기 진술이 거짓으로 드러날 경우 법적인 제재를 받는다.
그러니까 이 과정에서 온갖 신상에 관한 정보는 안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미국의 이런 검증과정은 신상을 터는 정도가 아니라 이 잡듯 뒤진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철저히 그 개인의 삶을 ‘해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정도의 과정을 거쳐 통과한 인물이라면 청문회에서 개인의 신상이 문제가 될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을 수밖에 없다.
물론 미국처럼 사전 검증을 철저히 했다 하더라도 청문회에서 다시 걸러지는 경우도 있다. 1993년과 2001년 그리고 2004년에는 대통령이 지명했던 공직 후보자가 불법체류 가정부를 고용했다는 이유로 낙마했다. 운전기사를 고용했는데 세금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진사퇴를 한 경우도 있었다.
결국 미국도 공직 후보자에 대해서는 엄격한 도덕적 윤리적 기준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런 도덕적 윤리적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박 당선인도 사회자본이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했는데 사회자본의 핵심은 바로 신뢰라고 할 수 있다. 국민적 신뢰가 있어야만 공직자가 자신의 정책을 소신껏 밀어붙일 수 있고 또 그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신뢰를 갖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요구하는 도덕적 윤리적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여기서 신상 털기란 말은 공직자 선정 과정에서는 성립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인사청문회를 개인 신상에 관한 부분은 비공개로 하고 능력에 관한 부분은 공개로 하자는 이른바 이원화 주장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신상 부분을 비공개로 하자는 것은 청문회 이전 단계의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겠다는 점을 스스로 밝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박 당선인은 청문회를 탓하지 말고 청문회 이전단계 그러니까 지명 이전 단계에서의 검증을 철저히 할 생각부터 해야 한다. 이번 김용준 인수위원장의 낙마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초적인 부분마저도 검증하지 않은 채 신상 털기를 말하며 언론 탓을 한다면 이는 국민의 눈높이와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 정치외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