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국 아이 40명 가족으로 품었어요”… ‘후원王’ 김영승씨 가정의 훈훈한 설맞이

입력 2013-02-06 18:32


“가난하고 불쌍한 아이들을 도와주려고 시작했는데 오히려 도움을 받으며 사네요. 후원하는 아이들의 기도로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부산에서 아귀찜 전문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영승(53)씨는 3년 전 교회에서 가난한 나라 아이들의 실상을 들으면서 슬픔과 함께 큰 울림을 느꼈다고 했다.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의 서정인 대표가 교회 설교에서 전한 가난한 나라 아이들의 생활은 참담했다. 먹을 게 없는 아이들의 절망스런 현실을 전해들은 김씨와 부인 노은희(49)씨는 “우리가 매일 식사하는 것처럼, 하루에 한 명의 어린이들을 먹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후 김씨 가족의 삶은 크게 바뀌었다.

김씨는 곧바로 ‘컴패션’을 통해 필리핀 어린이 한 명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그때가 2010년. 일요일 영업은 하지 않는 김씨 부부는 이후 한 달에 4일만 제외하고 26명의 어린이를 돕자고 결심했다. 내가 밥을 먹을 때 최소한 배고픈 아이 한 명이 먹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지금은 두 딸과 함께 전 세계 21개국 40명의 어린이를 후원하고 있다. 후원비는 어린이 한 명당 4만5000원. 한 달이면 180만원이 후원비로 지출된다.

김씨는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후원하는 어린이들로부터 가게를 위해 기도한다는 편지를 받을 때 가장 감동을 받는다”며 “그들의 진심이 느껴져서 일할 때 힘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씨는 후원을 시작하면서 식당 운영도 잘 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씨 부부는 두 달에 한 번씩 도착하는 후원 아동들의 편지를 읽는 게 즐거움이다. 태국, 인도, 과테말라, 페루,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등 전 세계로부터 편지가 도착한다. 특히 첫 후원 아동이었던 필리핀의 제슨 엠 바라난(13)군이 ‘태어나 처음으로 생일 축하 카드를 받았다’고 편지를 썼을 때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얼마나 마음이 짠했는지 모릅니다. 바라난군의 부모는 일용직 노동자로 아빠는 농장에서, 엄마는 식당에서 일하는데 아이를 키우는 데 얼마나 힘들겠어요. 부모 마음으로 편지를 보니까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부부의 후원 모습에 큰딸 혜원(24)씨도 나서 2명을 후원하고 있고, 최근엔 월급의 5%를 후원하기로 했다. 둘째딸 주은(21)씨도 1명을 후원 중이다.

김씨는 설을 앞둔 5일, 후원 아동들에게 편지를 썼다. 김씨는 “나중에 아이들을 직접 만나러 가보고 싶다고 썼다”며 “하나님을 잘 믿어서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