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미달학생 준 것 성과… 학교 간 줄세우기 부작용

입력 2013-02-06 23:17

지역간 학력격차 좁혔지만 학생들 학습부담 과도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전수조사로 바뀌어 매해 1회씩 총 5번 실시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생들의 학업수준을 평가하고, 부진 학생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이 줄고, 지역간 학력격차가 좁혀진 건 성과로 꼽힌다. 그러나 과도한 학습부담과 학교 간 줄세우기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 특히 학업성취도 평가를 반대하는 진보교육감들의 반발로 교육과학기술부와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박근혜 당선인도 학업성취도 평가 대상에서 초등학생을 제외하고 중학생은 시험과목을 감축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해 이래저래 보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릐전수조사 전환 후 대도시 vs 읍면, 강남 vs 강북 교육격차 줄어=교육과학기술부는 2008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표집형 시험에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로 바뀐 뒤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이 감소했다고 분석한다. 2008년 기초학력 미달 학생(100점 만점에 20점 미만) 비율이 초·중·고 전체 7.2%에서 지난해 2.3%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2008년 당시 특성화고 학생들의 학력 미달 비율은 무려 40%에 이를 정도로 심각했다”며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학생과 그런 학생들이 밀집된 학교를 찾아내 지원하기 위해서는 전수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평가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부진학생에 대한 학교와 교사의 책임감이 커지고, 경쟁요소가 작용해 학력 향상이 이뤄질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전수조사 전환 5년차에 접어든 지난해 대도시와 읍·면 기초학력 미달학생들 간의 학력 격차는 2008년 3.3%포인트에서 0.2%포인트로 줄었고, 보통학력 이상학생들 간의 학력 격차도 2008년 13.3%포인트에서 4.0%포인트로 감소한 것이 사실이다. 초·중·고 모두 학력이 가장 높은 지역인 서울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강북 지역 간 학력 격차는 물론 ‘교육취약 학생’으로 불리는 한부모·조손가정 학생의 기초학력미달비율도 전체 평균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릐성적 향상 위해 ‘놀토’에도 수업, 0교시 부활 등 폐해도 심각=그러나 학업성취도 평가가 가져온 폐단도 적지 않다. 학업성취도 평가가 시행되는 매년 7월이면 파행수업이나 편법 운영, 부정행위 등의 사례가 단골로 등장한다. ‘놀토’에도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아이들을 등교시키거나, 일제고사 문제풀이를 위해 0교시를 만들어 시험에 대비하는 등 수업과 교과과정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충북 A학교의 한 학부모는 “학교에서 일제고사 대비를 위한 모의고사를 치고 아이들이나 학급에 성적순으로 떡볶이 간식을 준다거나 현금이나 상품권을 돌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교조 산하 참교육연구소가 전국 초6·중3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비하기 위해 78.8%의 학생들이 수업시간 중 문제풀이 수업(41.8%)과 0교시, 7·8교시 진행(25.6%), 방과후 문제풀이(11.4%)를 학교에서 진행했다고 답했다.

릐올해부터 초등학교에 한해 축소 또는 폐지 전망=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당시 공약으로 ‘초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 폐지 및 중학교 시험과목 감축’을 내세운 바 있다. 학업평가가 과도한 학습부담을 지운다는 일각의 비판을 수용한 것이다. 이에 앞서 교과부도 지난해 11월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의 명칭을 올해부터 ‘기초학력평가’로 바꾸고 초등학생에 대해서는 도달과 미도달 방식으로 기초학력 도달 여부만을 측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당선인의 공약을 감안하여 초등학생을 학업성취도 평가 대상에서 제외하고 중학교 시험과목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현재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높은 650개교에 190억원을 지원하고, 인턴교사 등을 채용해 미달 학생들을 따로 가르치게 하는 등 기초학력 미달학생에 대한 여러 가지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학습부진 학생들을 유형별·개인별로 분석하고 맞춤 학습상담을 하는 ‘학습클리닉센터’ 등을 확대해 지적되는 문제점들을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