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 임박] 한·미, 北 우라늄 사용여부 확인 힘들 듯

입력 2013-02-06 18:31

북한이 이번에 고농축우라늄(HEU)을 이용한 핵실험을 한다 해도 사용된 핵물질이 우라늄 또는 플루토늄인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 정부 관리와 미국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한·미 양국이 북한의 우라늄 사용 여부를 제대로 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한은 3차 핵실험에선 1·2차와 달리 고농축우라늄을 핵물질로 사용할 것이라는 게 정부 관리,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그러나 이는 예측과 추정에 불과할 뿐 핵실험 뒤에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어떤 종류의 폭발인지 알려면 운이 정말 좋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실험 실시 여부와 위치, 폭발력 등은 즉각 측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어떤 핵물질이 사용됐는지 확인하는 것은 별개 문제다. 우라늄인지 플루토늄인지 파악하려면 핵실험 후 대기로 유출되는 방사능 기체 중 제논가스(제논-135)를 포집해 동위원소 비율을 정밀 분석해야 한다. 제논가스는 핵분열 시 발생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로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을 하지 않아 핵실험의 주요 증거로 이용된다. 그러나 반감기가 9시간에 불과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 국방부 관리는 NYT에 “문제는 제논가스가 10∼20시간이 지나면 희석돼 어떤 물질을 사용했는지 구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 핵실험이 이뤄지면 제논가스는 2∼4일 뒤에나 대기 중 포집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때는 우라늄 사용 여부를 파악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다. 이것도 가스가 외부로 유출된다는 전제조건이 붙어야 한다. 헤커 박사는 “밀폐된 공간에서 핵실험이 실시되면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정부는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당시 제논가스를 포집했지만 우라늄 또는 플루토늄 사용 여부를 실제로 확인하는 데는 실패했다. 2009년 2차 핵실험 때는 제논가스 유출이 아예 없었다고 NYT는 전했다. 특히 이번 핵실험이 길이 1㎞에 가까운 달팽이관 모양의 수평갱도에서 9개의 차단문이 설치된 채 이뤄지면 우라늄 사용 여부 확인은 한층 어려울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는 방사능 측정 정찰기 WC-135를 파견했지만 이번에도 실제 측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