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만 노래하면 재미없죠”… 악기 연주자 ‘병풍탈출프로젝트’ 시도하는 노브레인

입력 2013-02-06 17:33


노브레인은 1996년 활동을 시작한 국내 1세대 인디밴드다. 우리나라 펑크록을 대표하는 팀이기도 하다. 이 밴드를 거론할 때 대중들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보컬 이성우(37)의 거친 목소리와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매너를 꼽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노브레인이 내놓은 신곡 ‘소주 한 잔’에서는 이성우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대신 17년 동안 무대 뒤편에서 드럼을 연주하던 황현성(35)이 마이크를 잡고 전면에 나섰다. 노브레인은 이 곡이 담긴 싱글 음반을 ‘병풍탈출프로젝트 1탄’이라고 명명했다. 여기서 ‘병풍’이라 함은 이성우의 그늘에 가려 그간 팀에서 소외됐던 황현성 정민준(33·기타) 정우용(31·베이스)을 일컫는다. 이들 3명은 ‘병풍탈출프로젝트’를 통해 앞으로 직접 보컬 파트를 맡은 곡들을 잇달아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 4일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만난 노브레인은 “보컬이 아닌 나머지 멤버들이 조명을 덜 받아온 것에 분노해서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무엇보다 재밌을 거 같았어요. 그리고 막상 노래를 해보니 내가 아닌 다른 악기 파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더라고요. 다른 밴드들도 이런 시도를 해보면 좋을 거 같아요. 팬들도 밴드에서 기타 치는 멤버, 드럼 치는 멤버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지 않을까요?”(황현성)

‘병풍탈출프로젝트’의 포문은 황현성이 열었지만, 프로젝트 2탄의 주인공이 정민준 정우용 중 누가 될지는 미정이다. 이성우는 “현성이나 민준이는 ‘느낌 있게’ 노래를 하는 편인데 베이스 치는 친구(정우용)는 그렇지 못 해서 걱정”이라며 웃었다. 나머지 멤버들은 “성우 형이 (나머지 멤버들이 노래를 하게 되면서) 쉴 수 있게 돼 요즘 좋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노브레인은 미국 뉴욕과 시카고, 캐나다 토론토 등 북미 지역 6∼7개 도시에서 열리는 록 페스티벌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 참가하기 위해 다음 달 4일 출국한다. 이들은 한 달 정도 체류하며 우리나라 펑크 록의 진수를 북미 음악 팬들에게 들려줄 예정이다. 지난해 이 페스티벌엔 국내 밴드 크라잉넛, 갤럭시익스프레스 등이 참가했다.

황현성은 “우리의 뒤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페스티벌에선 저희 팀을 모르는 분이 대부분일 거잖아요. 17년 전 무명으로 무대에 섰을 때 기분을 다시 느끼게 될 것 같아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