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비스트] 감수성 뛰어난 9세 왈리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입력 2013-02-06 17:26
감독 배우 모두 이 작품이 처음이고, 독립영화단체가 제작한 저예산 영화. 그런데도 24일(현지시간) 열리는 제8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인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색상 후보에 올랐다. 특히 만 9세의 쿠벤자네 왈리스는 아카데미 역대 최연소로 여우주연상 후보가 됐다. 지난해에는 선댄스영화제 최고상인 심사위원대상에 이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황금카메라상(신인감독상)까지 수상했다. 도대체 무슨 영화이길래?
미국 벤 제틀린(31) 감독의 ‘비스트(Beasts of the Southern Wild)’는 호기심 많고 길들여지지 않은 여섯 살 소녀가 바라본 세상을 담았다. 환경과 인간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소녀의 세계에 반영시킨 수작이다.
배경은 세상의 끝자락에 존재하는 가상의 ‘욕조섬(bathtub island).’ 남극의 눈이 녹을 경우 육지로 물이 차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쌓아놓은 제방의 바깥에 있는 곳이다. 세상과 단절된 늪지 마을에는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는 허쉬파피가 있다. 소녀는 모든 조각들이 제 자리에 있을 때 비로소 우주가 완벽해진다고 믿고 있다. 자신의 실수로 욕조섬에 물이 차고 아버지가 병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한 허쉬파피는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영화는 슬프고 기이하면서도 시적이며 묵직한 울림을 던진다.
‘비스트’의 성공은 주인공 허쉬파피를 찾는데 있었다. 어떤 아이가 이 거대한 이야기를 짊어지고 나갈 수 있을까. 제작진은 2009
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폐교를 빌려 오디션을 치렀다. 4개월로 예정됐던 오디션은 1년으로 늘어났고, 4000명을 검토한 끝에 마침내 당시 만 5세이던 왈리스를 찾을 수 있었다.
놀라운 상상력을 가진 왈리스는 보기 드문 집중력과 감수성을 겸비한 소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연기했고, 눈빛만으로도 강한 힘을 뿜어냈다. 왈리스는 미국비평가협회 신인여우상과 LA비평가협회상 신인상을 받았다. 괴팍하면서도 순수한 영혼을 지닌 아버지 윙크 역은 드와이트 헨리가 맡았다. 뉴올리언스에서 빵집을 운영하다 캐스팅된 인물로 LA비평가협회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비스트’로 장편영화에 데뷔한 제틀린 감독은 작곡가, 애니메이터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이번 영화의 음악 작곡에도 직접 참여했다.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만든 민중독립영화제작단체인 ‘코트13’의 창립멤버다. 이 영화 역시 코트13이 함께 제작한 작품이다. 7일 개봉.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