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들 알랭 드 보통·김용옥 책 기독교적 관점서 비판
입력 2013-02-06 17:26
김학철 교수 “알랭 드 보통의 무신론 책은 역이용해야”
이규성 교수 “도올이 이해하는 기독교는 기독교 아냐”
신학자 2명이 인기 저술가 알랭 드 보통과 도올 김용옥의 책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비평했다.
김학철 연세대 학부대학 교수는 스위스 출신 영국 작가 드 보통이 2011년 펴낸 에세이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사진 왼쪽)에 대한 비평문을 동서신학평론 최근호에 실었다.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는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나의 확신만큼은 일생 동안 결코 흔들린 적이 없었다”는 드 보통이 무신론자·비종교인에게도 가치 있고 유용한 종교의 미덕들을 찾아내 소개한 책이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접근법을 ‘세속 지식인의 실용적 종교 활용법’으로 규정하면서 “일부 기독교인은 종교의 단물만을 취하고 다른 부분은 거들떠보지 않는 비도덕적인 책이라고 비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종교에 접근하면서 무신론자·비종교인에겐 불편할 수 있는 교리 등 핵심적인 부분은 외면한 채 자기가 보고 싶은 부분만 확대해서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이런 드 보통의 태도에 눈살을 찌푸리지 말고 재치 있게 역이용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실존적 문제들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종교가 그런 질문을 이미 오래전에 했고 여러 대답을 고민해왔음을 알려주는 책”이라며 “그들 중 일부가 기독교의 대답에 긍정한다면 이것이 ‘전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우리 시대의 필요와 그에 상응할 호소력 있는 복음의 구체성을 발견할 수 있어 기독교인들에게도 유익하다”고 덧붙였다. 드 보통이 인간의 연약함을 수차례 강조하면서 “교회의 제의와 거기에 깃든 정신이 현대의 지리멸렬한 개인주의가 빚은 소외와 고독을 넘어서는 데 훌륭한 통찰의 빛을 준다”고 설파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동서신학평론에는 도올의 최근작 ‘사랑하지 말자’(사진 오른쪽)에 대해 이규성 서강대 신학대학원 교수가 비평한 글도 실렸다.
‘사랑하지 말자’는 청춘 역사 조국 우주 종교 사랑 등에 관한 도올의 사유가 정리된 책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도올은 이 책에서 “기독교가 개화라는 명목으로 조선 땅에 들어오면서 조선인에게 종교를 선사하고 구원을 일깨운 것이 아니라 종교를 빼앗아갔고 영혼을 오염시켰다”고 주장하면서 “(주체적·내면적으로 기독교를 수용했던) 한국인은 기독교를 강요나 전도가 없이 주체적으로 내면적으로 토해 버릴 것”이란 가설까지 제기했다.
이 교수는 “도올이 이해하고 있는 기독교는 기독교가 아니다”면서 “자신의 주장을 위해 다른 것들을 너무도 쉽게 가치절하함으로써 그의 주장은 모든 이들이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으로 추락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교수는 예수가 조작된 인물에 가깝다고 본 도올의 관점에 대해 “예수에 관한 복음서가 신화적 이야기로 과장된 것이기에 신뢰할 수가 없다면 도올은 과연 어떤 비서(秘書)나 비전(秘傳)을 통해 참된 예수라는 역사적 인물을 알고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