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박정환 바둑왕전 3연패
입력 2013-02-06 17:11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스튜디오에서 제31기 KBS바둑왕전 결승 2국과 3국이 연이어 펼쳐졌다. 이창호 9단과 박정환 9단이 결승에서 만나 3번 승부로 치러진 이번 대회는 지난 1일 벌어진 1국에서 이창호가 190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며 좋은 출발을 보였다. 박정환은 본선 승자조 결승에서도 이창호에게 패해 패자조로 탈락했으나 패자조 결승에서 이세돌 9단에게 승리하며 어렵게 결승전에 진출했다.
하지만 결승 2국에서는 박정환이 백을 들고 반대로 188수 만에 불계승을 차지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2년 연속 바둑왕전에서 우승한 박정환은 최고의 속기 실력을 자랑하며 3연패에 도전했고, 22년 만에 무관으로 전락한 이창호는 다시 한번 타이틀 획득의 기회를 노려보고 있는 상황. 백번 필승이 이어진 가운데 3국은 박정환이 다시 백을 쥐었다. 제한시간은 각자 5분에 30초 5회로 체력과 집중력의 싸움이었다. 3국 초반전 기보를 들여다본다.
<장면도> 좌상귀 흑의 양걸침에 붙여가는 기본 정석이다. 보통 백의 응수라면 A, B로 붙여가는 정석을 선택할 수 있지만 실전에서 박정환은 과감하게 1로 젖혀 흑의 응수를 물었다. 약간은 도발적인 느낌이 드는 모양.
<참고도> 기세상으로는 흑이 바로 1, 3으로 나와 끊고 싶은 자리. 하지만 백도 4로 끊어 싸울 수 있다. 흑5의 젖힘이 귀와 중앙을 노리는 급소의 자리지만 백도 그냥 6으로 단수 쳐 중앙의 흑 두 점을 잡을 수 있다. 귀의 실리 대 중앙 두터움의 바꿔치기 형태.
<실전도> 이창호는 그냥 흑1로 받아두는 수를 선택했다. 백은 2의 입구자로 귀의 단점을 보강. 흑도 3의 입구자가 유연한 행마이다. 백은 다시 4, 6으로 중앙으로 두텁게 머리를 내밀었다. 흑7의 젖힘에는 귀를 바로 막지 않고 중앙을 교환한 뒤 과감하게 10으로 협공했다. 흑이 11로 중앙을 나올 때 백12로 다시 귀를 막는 작전으로 박정환 특유의 공격적인 감각을 보여주었다.
이 바둑은 결국 기세와 체력이 앞서 있는 박정환이 중반 난전을 잘 타개하며 144수 만에 단명국으로 승리를 거두며 3년 연속 우승의 쾌거를 이뤘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