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공약 ‘SH공사 부채감축’ 빨간불… 연내 2조7000억 축소 지시에 이종수 사장 “불가능” 사의

입력 2013-02-05 21:53


서울시 산하 SH공사의 12조원이 넘은 채무 감축 방안을 둘러싸고 시와 공사의 불협화음이 심각하다. 이와 관련해 이종수(63) SH공사 사장이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박원순 시장이 이를 반려했지만 박 시장의 ‘부채 7조원 감축’ 공약 이행에 ‘빨간불’이 커졌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박 시장은 이날 오전 시장단 회의를 열어 논의한 끝에 이 사장의 사의를 반려하기로 결정했다. 시 관계자는 “박 시장이 임대주택 8만호 공급과 SH공사 채무감축의 적임자가 이 사장이라는 걸 재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채무감축에 대한 시와 공사 간 이견이 커 전날 사의 표명 후 출근하지 않은 이 사장의 업무복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 사장은 전날 박 시장에게 채무를 연말까지 4074억원 줄이고, 내년에 5조원가량을 추가 감축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하지만 박 시장은 감축계획이 미흡하다고 질책하고 연말까지 채무를 9조9000억원으로 2조7000억원가량 감축하라고 지시했다. 이 사장은 업무보고 후 사의를 밝혔다. 이 사장은 현대건설 사장 출신으로 지난해 5월 박 시장에 의해 임명됐다.

시는 ‘부채 7조원 감축’을 위해 SH공사에 채무감축을 강력히 요구하는 상황이다. SH공사 채무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12조5882억원으로 시 전체 채무의 67.2%에 달한다.

공사 측은 시의 채무감축 방안 마련 요구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마곡·문정지구 등 대규모 도시개발지구 토지 매각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SH공사는 지난해 문정·마곡지구 토지매각을 통해 2조2453억원을 벌어들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54.3% 수준인 1조2182억원어치 매각에 그쳤다.

공사는 이날 오전 임원·사외이사 간담회를 열어 이 사장에게 사의 철회를 촉구하고, 시에 대해서는 SH공사 경영 자율권 보장 등을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부동산경기 침체 등 외부변수를 이유로 물러서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며 “시민과의 약속인 채무감축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