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보관 ‘고종의 투구’ 보고 눈물 흘린 대한제국 황사손… 이원 대한황실문화원 총재

입력 2013-02-05 21:41

5일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동양관 앞. 이원(50) 대한황실문화원 총재는 눈앞에 펼쳐진 물건을 보고는 마치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은 듯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 총재가 도쿄국립박물관을 찾은 이유는 이곳에 보관된 익선관(翼善冠·왕이나 세자가 평상복으로 정무를 볼 때 쓰던 관)과 투구, 갑옷을 특별 열람하기 위해서다.

그는 대한제국의 황사손(皇嗣孫·황실의 적통을 잇는 자손)이다. 의친왕의 13남 9녀 중 9남 이충길씨의 장남인 그는 2005년 9월 후사 없이 타계한 대한제국 마지막 황세손 이구(李玖·1931∼2005)씨의 양자로 선택됐다. 이후 그는 고종의 증손으로 매년 1월 21일이면 1919년 세상을 떠난 고종의 기신제향(기제사)을 주관해 왔다.

그런 그가 ‘문화재제자리찾기’라는 단체의 도움으로 고종이 사용하던 익선관과 투구 등을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특별열람을 신청했다. 대한제국 황실의 적통을 잇는 이 총재가 열람을 신청하자 박물관은 마지못해 사진 공개 금지 등의 조건을 달아 처음으로 공개했다. 박물관은 수장고에 넣어둔 이 물건을 박물관 관계자를 제외하고 그동안 일본인에게조차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 총재는 “한국에는 임금이나 황제가 쓰던 익선관이나 투구, 갑옷이 없습니다. 이게 왜 일본에 있는 겁니까”라고 말했다.

익선관 등은 일제강점기 시절 문화재 수집으로 유명했던 사업가 오구라 다케노스케가 수집했고, 1982년 그의 아들이 익선관 등을 박물관에 기증했다. 특히 익선관 등은 오구라 컬렉션 목록에 ‘이태왕(李太王·고종) 소용품(所用品)’이라 적혀 있어 고종이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총재는 “투구의 경우 1897년 대한제국 설립 후 국화로 사용한 이화(李花·자두나무꽃) 문양이 사용된 것으로 볼 때 대한제국의 것이 확실하고 갑옷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익선관 등이 고종의 물건으로 확인되더라도 곧바로 한국에 반환되는 것은 아니다. 강탈되거나 불법으로 유출됐다는 점이 확인돼야 반환이 가능하다. 이 총재는 “앞으로 유출 경위를 확인하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제훈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