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中企 93% “환율하락으로 피해”
입력 2013-02-05 19:38
“환율 하락으로 수출액이 15% 줄었는데 원자재값까지 오르고 있으니…그렇다고 수출단가를 올리면 매출 감소가 뻔해 한숨만 나옵니다.”(안양의 제약기업)
“매출 30%가 일본에서 나오는데 엔저로 일본 내수기업과 경쟁이 안 돼요. 일본 수출길이 꽉 막혔습니다.”(구미의 면직물 제조기업)
“환율이 떨어질 때는 빠르고, 오를 때는 느려요. 눈뜨고 당하는 기분입니다.”(아산 타일 수출업체)
최근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수출 중소기업 10곳 중 9곳이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수출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환율 하락 피해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92.7%가 타격을 입었다고 답했다. 지난해 11월 같은 조사에서 피해가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53.1%였던 것에 비하면 3개월 새 40% 포인트 가까이 높아진 수치다.
특히 원화강세와 엔화약세가 맞물리면서 일본기업에 가격경쟁력에서 밀린 가전과 자동차부품 업종의 경우 설문에 응한 기업 100%가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고무·플라스틱(96.6%), 정보통신기기(96.2%), 조선·플랜트(92.6%), 기계·정밀기기(92.3%) 등도 90%가 넘는 높은 피해율을 보였다. 환율 하락으로 원가가 떨어지는 석유·화학(88.5%), 철강·금속(86.2%) 업종이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 큰 문제는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째 환율 하락이 계속되는 동안 중소기업 대부분이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피해기업의 10곳 중 3곳이 ‘별다른 환율 대책이 없다’고 했으며, ‘대책이 있다’(69.1%)는 기업도 대부분이 ‘원가절감으로 버티기’(58.3%·복수응답)라고 답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322개 중소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응답 기업의 45%는 원화강세로 수출상담·계약 차질을 겪었다고 밝혔다. 또 채산성 악화로 아예 수출을 포기한 업체도 20%에 달했다. 40%가량은 엔화약세로 가격경쟁력 하락을 우려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환리스크’ 관리를 한다고 답한 중소기업은 21%에 불과했다. 엔화약세에 대한 대응도 크게 미흡했다. 당장 제품 가격 인하를 검토하는 중소기업은 20%에 그쳤고 수출시장 다변화(24%), 결제통화 다양화(25%) 등의 중장기 대응 노력도 저조했다.
권혜숙 한장희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