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교육문화 바꾸기가 제일 어려웠다”… 6년 7개월 만에 물러나는 KAIST 서남표 총장
입력 2013-02-05 19:20
“세계 일류 대학이 되기 위해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한 문화가 있어야 한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가꿔지는 게 아니지만 재임 기간에 그걸 만들지 못해 아쉽다.”
카이스트(KAIST) 서남표 총장이 5일 기자들과 만나 떠나는 심정을 내비쳤다. 2006년 7월 총장으로 부임한 지 6년7개월. 서 총장은 오는 22일 열리는 학위수여식을 끝으로 총장에서 물러난 뒤 23일 미국으로 떠난다. 그는 “학문하는 것보다 한국의 교육문화 바꾸기가 제일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서 총장은 지난달 31일 새 총장에 선임된 강성모 UC산타크루즈대 교수에 대한 덕담도 건넸다. “총장은 매니저도 아니고 지도자, 관리자와도 다릅니다. 총장은 비전을 만들고 비전에 맞게 방향을 정하고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하는 역할이 중요해요.”
하지만 둘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 총장은 “23일 아침에 나는 미국으로 떠나고 그 사람(강 신임 총장)은 23일 밤 한국에 온다. 가능하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나고 싶다”고 했다.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후임자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배경 설명도 보탰다. 그러면서 “떠나는 사람은 떠나는 것이고 이번에 (미국으로 가면) 다시는 안 올 것”이라고 말해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카이스트 총장으로 오기 전 재직했던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로 돌아간다. 하지만 강의는 하지 않고 제자, 후배들과 연구활동에 매진할 계획이다. 책을 쓰겠다고도 했다. 책 내용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공부한 시절부터 카이스트 총장까지’ 경험담을 담고 싶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재임시절 추진한 ‘무선충전 전기자동차(올레브·OLEV)’와 ‘모바일 하버(Mobile Harbor)’ 사업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무선충전 전기자동차는 카이스트에서 현재 운행되고 있고 오는 7월부터는 경북 구미에서 직접 도로에 시범 운행에 들어간다. 모바일 하버는 이른바 ‘움직이는 항구’로 접안이 어려운 대형 선박의 하역 작업을 위해 항구가 움직이는 시스템을 말한다.
서 총장은 “올레브는 지난달 열린 스위스 다보스 포럼의 글로벌 어젠다 카운슬 섹센이 선정한 ‘세계 10대 이머징(emerging) 기술’ 중 1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그는 퇴임과 함께 두 사업도 어려움에 처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두 사업은 이제 카이스트를 떠났고 연구 결과를 가져간 회사가 앞으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