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5세 어린이 인질 일주일만에 구출

입력 2013-02-05 21:32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에서 스쿨버스를 타고 가다 괴한에게 납치돼 지하벙커에서 일주일간 인질로 잡혀 있던 다섯 살 어린이가 극적으로 구출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4일(현지시간) 앨라배마 미들랜드시티에 있는 지미 리 다이크스(65)의 지하벙커를 급습해 어린이를 구해냈다고 발표했다. 납치범 다이크스는 사살됐다.

FBI 특수요원인 스티브 리처드슨은 “아이가 극히 위험하다고 판단해 구출작전을 벌였다”고 말했다. FBI는 작전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인근 주민들은 지하에서 폭발음과 총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여섯 살 생일을 이틀 앞두고 무사히 구출된 아이는 어머니와 재회했다. 이 아이는 자폐증과 유사한 아스퍼거증후군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앓고 있다.

다이크스는 지난달 29일 유치원 스쿨버스에 올라타 어린이 20명을 납치하려다 이를 막는 운전사를 총으로 쐈다. 이어 한 명을 납치해 한적한 농장 주변에 있는 자신의 집 벙커에 가둔 뒤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은 대치 중 지상과 연결된 지하벙커 환기구를 통해 아이에게 장난감과 그림책, 약품 등을 내려 보내고 납치범과 협상도 벌였다. 지하 1.2m에 설치된 4.6㎡(1.4평) 크기의 벙커에는 식수와 난방시설, 케이블TV까지 구비돼 있었다.

베트남전 참전용사 출신인 납치범은 전역 뒤 트럭운전사로 일해 왔다. 이웃들은 그가 전형적인 반정부주의자로, 최근 몇 년간 자신의 집 근처를 지나는 주민들을 총으로 위협했다고 전했다. 미 언론들은 납치범을 저지하다 숨진 운전사 찰스 폴란드(66)를 ‘진정한 영웅’이라고 표현했다.

남혁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