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세 유로존, 정치스캔들로 또 흔들

입력 2013-02-05 18:24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흔들고 있다. 이번엔 정치 스캔들이다. 유로화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채권 금리도 다시 오르고 있다. 지난 6개월간 조심스럽게 안정세를 지켜가던 유로존에 불안이 커지고 있다.

총선을 3주 앞둔 이탈리아에서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금융 부정 스캔들을 악용한 포퓰리즘 공약을 내세우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몬테 데이 파스치’가 유로존 위기 이전인 2007년 경쟁 은행 안톤베네타를 비싼 가격에 인수하고 파생상품 거래 손실을 정부로부터 구제받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 중인 것.

베를루스코니는 특혜성 구제금융을 승인한 마리오 몬티 전 총리의 중도좌파연합을 비난하면서 자신이 집권하면 “지난해 정부가 거둔 재산세 40억 유로(약 6조원)를 되돌려주겠다”고 공세를 폈다. 몬티 정부의 구조조정과 재정개혁을 모두 원점으로 돌리고 지하자금에 대한 과세도 취소하겠다고 내세우면서 베를루스코니의 우파연합 지지율이 치솟고 있다. 현재 유럽중앙은행 총재로 있는 마리오 드라기도 당시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로 특혜를 승인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어 유로존 전체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1997년부터 2008년까지 건설사들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31일 일간 엘파이스가 보도한 집권 국민당의 뇌물 수수 명단에 라호이 총리 이름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

라호이 총리는 “전부 가짜”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국민당 재정담당자가 스위스 은행에 비밀자금을 예치했다고 밝히면서 이번 스캔들이 불거져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보기도 힘들다. 오랜 경제 위기에 지친 스페인 국민들은 정치인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수도 마드리드에서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고,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에는 85만명이 참여했다. 야당도 총리 퇴진과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