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신용평가사 손보기 나섰다

입력 2013-02-05 18:26

미국 법무부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모기지(주택담보대출) 파생상품에 대한 신용평가를 잘못했다는 이유로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를 상대로 거액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평가행위에 대한 연방정부 차원의 첫 법적 대응이다. 이는 특히 재판과정에서 평가사의 평가가 수정헌법 1조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에 해당되는지를 놓고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등은 미 법무부와 10여개 주 검찰당국이 S&P를 사기 혐의로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에 제소했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법무부는 S&P가 2004∼2007년 2조8000억 달러 규모의 모기지유동화증권(RMBS)과 1조2000억 달러 상당의 부채담보부증권(CDO)의 위험도를 과소평가해 시장 투자를 부추겼다고 보고 있다. 모기지 파생상품 신용평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투자를 유인했고, 결국 금융위기를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S&P가 2011년 8월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사상 처음으로 AAA에서 AA+로 강등한 것에 대한 보복 차원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는 앞서 S&P사 직원들이 내부적으로 주고받은 2000만쪽 분량의 이메일을 입수, 정밀 분석했다. 한 S&P 직원은 2006년 12월 “평가사들이 CDO 시장이라는 괴물을 계속 만들어낼 것이다. 카드로 만든 집들이 흔들리기 전에 부자가 돼서 은퇴하자”고 쓴 이메일을 다른 동료에게 보내기도 했다.

법무부는 최근 몇 주간 S&P에 10억 달러 이상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결렬되자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NYT는 전했다. S&P는 1억 달러를 제안했다.

S&P는 성명을 통해 “법무부 소송은 사실 또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며 “채권 가치 급락을 예측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지만 평가는 선의로 이뤄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업체들도 같은 등급을 매겼다”고 주장했다.

사실 신용평가사의 부적절한 채권 신용등급 평가가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라는 결론이 처음 내려진 것은 아니다. 미 의회 조사팀은 이미 2010년 S&P와 무디스가 2004∼2007년 부정확한 평가모델을 사용해 모기지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예측하는 데 실패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연방정부의 소송 제기 소식이 알려지자 뉴욕증시에서 S&P 모회사인 맥그로힐 주가가 13.8% 급락했고, 무디스 역시 10.7% 하락했다. 무디스와 피치는 일단 이번 소송 대상에선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