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문자→ 은행 사칭→ 현금 인출 ‘역할 전문화’… 기업형 보이스피싱 사기단 적발
입력 2013-02-05 17:54
대포통장·대포폰 제작·공급책까지 거느린 60명 규모의 국내 보이스피싱 사기단이 검거됐다. 이들은 문자발송팀, 전화상담팀, 현금인출팀 등 조직을 전문·세분화해 운영하며 범죄를 저질렀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김석재)는 2011년 11월부터 5개월간 보이스피싱 수법으로 서민 2333명에게서 34억여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10명을 구속기소하고 4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도주한 10명은 기소중지했다.
사기단은 대부업체에서 유출된 개인정보를 사들여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에게 매일 10만여건의 대출 광고 문자를 보냈다. 발신번호는 국내 시중 은행 대표번호로 조작했다.
사기단은 서민들이 전화를 걸면 1차 상담원이 은행 직원을 사칭한 2차 상담원과 연결해 주는 방식으로 신뢰를 얻었다. 2차 상담원은 서민들이 구비하기 어려운 원천징수영수증, 4대 보험 가입 증명서 등 서류를 요구하고 다시 1차 상담원과 연결시켰다. 1차 상담원은 “대출 관련 서류를 대신 만들어 주겠다”며 수수료 명목으로 건당 150만∼200만원을 챙겼다.
사기단은 구리팀, 신촌팀, 강북김사장팀 등 권역별로 팀별 3∼4명씩의 12개 전화상담 하부조직을 뒀다. 모두 가명을 쓰고 팀별로 독자적으로 활동해 팀장들조차 서로 어느 지역에서 활동하는지 모를 정도로 보안이 유지됐다.
사기단 수뇌부와 각 팀들은 전문 공급책을 통해 얻은 대포폰으로만 연락했다. 사기단이 구입한 대포폰만 7000여개에 달했다. 사기단은 범행에 쓸 대포통장도 직접 제작했다. 하루 평균 10여개씩 모두 600∼1000여개의 유령 법인 명의 대포통장이 사용된 것으로 검찰은 추정했다.
각 팀이 갈취한 수수료는 매일 현금인출팀이 수거해 수뇌부에 전달했다. 인출팀은 대포차량을 타고 수도권을 돌아다니며 돈을 빼냈다. 하루 평균 수금액은 1억원 가량이었고 수뇌부는 이 돈의 5%를 일당으로 제공했다. 수뇌부는 현금인출책을 친구나 친·인척 등 믿을 만한 인물로만 선별했다.
그러나 인출사고도 빈번히 일어났다. 사기단은 현금인출책 윤모씨가 돈을 빼돌렸다고 의심해 해고했다. 윤씨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2월 조직폭력배 3명을 고용해 현금인출차량을 털어 5200만원을 강탈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기단보다 규모가 큰 조직 4∼5개가 활동하고 있어 수사중”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