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의 백미는 지적장애인들이 사회에 가져다 준 감동이다. 가족과 함께 비장애인도 힘든 긴 훈련으로 사회적 재능을 발견한 지적장애인들은 경기 내내 많은 감동을 안겼다. 그들은 사회에 “함께라면 우리는 할 수 있다(Together We Can)”는 평범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하지 못했던 메시지를 남겼다. 자신의 재능을 확인하고 더 큰 꿈을 향해 쫓아가는 승리자들. 그들의 목소리는 달라졌고 자신감이 넘쳤다. 그리고 개막식 선수 선언문을 다시 한번 힘차게 외쳤다. “이길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이길 수 없다고 하더라도 도전하는 데 용기를 내겠습니다(Let me win, but if I cannot win, let me be brave in the attempt).”
#소심했고 과묵했던 아이, 이젠 나서서 “금메달 따자”
플로어하키 T8 결승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한국의 홀트학교 선수 중 최경재(20)씨는 개인적으로 이번에 첫 메달을 따는 감격을 누렸다.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동아시아스페셜대회에서 동메달을 땄지만 그 동메달은 1, 2위를 한 선수를 제외한 모든 출전 선수에게 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5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만난 최씨는 그래서 전날 메달을 딴 기념으로 가졌던 파티의 여흥이 아직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최씨는 “운동하는 것이 정말 좋다”며 “다음에는 농구나 볼링으로 하계 스페셜올림픽에 출전해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최씨는 생후 23개월째에 사고로 뇌 기능이 떨어져 시각, 청각 신경이 심하게 훼손됐으나 꾸준한 운동을 통해 국가대표 플로어하키 공격수로 성장, 이번 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최씨를 가르친 최명안 코치는 “이번 대회를 통해 경재가 내적으로 많이 나아졌다”고 전했다. 최 코치는 “경재는 자기 의사를 거의 표시하지 않는 과묵한 아이였다”면서 “그런데 어제 경기가 끝나자 아이들에게 ‘우리 열심히 해서 다음에는 꼭 금메달을 따자’고 이야기하더라”고 소개했다. 그만큼 이전보다 밝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평창에 울려 퍼진 기적의 노래 “우리도 하면 된다.”
개막식 애국가를 부른 박모세(22)씨는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였다. 5일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박씨 어머니 조영애씨의 목소리는 정말 밝았다. 전날 열린 스페셜올림픽 문화행사에서 아들의 또 다른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박씨는 이날 뮤지컬 갈라 콘서트에서 유명 뮤지컬 배우와 한 자리에 서서 공연을 펼쳤다. 박씨는 뇌의 90%를 잘라내는 큰 수술을 받고 ‘인간이 지닐 수 있는 장애를 모두 지녔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그런데 콘서트에선 영어로 노래를 부르고, 뮤지컬 배우 배해선씨와 함께 도레미송에 맞춰 노래와 율동까지 선보였던 것이다. 이전까지 박씨는 장애 때문에 서서 노래만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열심히 연습을 한 결과 비장애인보다 더 감동적이고 멋진 공연을 선사했다.
어머니 조씨는 “사실 뮤지컬 공연은 못 할 줄 알았다. 이렇게 유명한 배우와 함께 연기를 펼친다는 것도 상상을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아들이 연습을 하면서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고 하더란다. 조씨는 “결국 완벽하게 공연을 마쳐 너무 감격적이었다. 엄마인 나도 모세의 또 다른 면을 발견했다”고 행복해했다.
박씨는 지금 KB금융그룹의 지원을 받아 내년 대학입시를 목표로 성악 레슨을 받고 있다. 박씨의 꿈은 음악을 통해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이게 용기와 힘을 주는 가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전했다.
#“대견한 우리 딸, 지적장애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 기울여줬으면”
4일 쇼트트랙 333m 디비전2에서 금메달을 딴 최영미(12)양의 어머니 김정옥씨는 딸이 대견하면서도 마음이 가볍지 않다. 금메달을 따면 꿈에 그리던 가족 여행을 가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집안 형편상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영미는 처음엔 기분이 처졌다가 곧바로 어머니를 다독거렸다고 한다. “다음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면 꼭 가족 여행을 가자”고 했단다. 그만큼 엄마와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커졌다는 것이다.
김씨는 “그동안 해 달라는 것도 못 해주고 이번 약속도 못 지켜서 정말 미안하다”며 “이번 대회를 위해 아이들이 정말 고생했다. 눈물이 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대회 크로스컨트리에 출전해 은메달을 딴 언니 최아람(14)양과 함께 영미는 새어머니 김씨가 가슴으로 낳은 딸들이다. 김씨는 “애들 아빠가 고물상을 해 넉넉지는 않지만 소중한 아이들을 희망으로 안고 살고 있다”면서 “사회나 정부에서 정신적·물질적 지원을 해 주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지난달 30일 대회 개막기념 공연에서 멋진 안무를 선사한 다운증후군 발레리나 백지윤(21·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씨는 늘 동경하던 최고 무용수들과 한 무대에 서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줘 자신감을 가진 모습이었다. 백씨는 “이제 남성 무용수와 함께 듀엣 공연을 해보고 싶다”고 작은 소망을 내비쳤다. 백씨도 한결 밝아진 모습이었다. 백씨는 이전에 자신을 주제로 쓴 기사를 읽고 어머니 전화로 기자에게 직접 전화해 “기사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자신의 감정과 각오를 밝혔다.
평창=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8일간의 장애 극복 드라마… 사회에 감동 메시지 심었다
입력 2013-02-05 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