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말 암행어사’ 출두요∼ 욕설 일삼던 아이들이 착해졌어요
입력 2013-02-05 21:31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차 학교 폭력 실태 조사’에 따르면 폭력 유형 가운데 심한 욕설 등 언어폭력이 33.9%로 가장 많았다. 5일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 성인 1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교육 문제로 ‘학생의 인성·도덕성 약화(35.8%)’를 꼽았다. 이처럼 학생들의 인성교육이 중요해지면서 독자적인 인성교육프로그램으로 성과를 거둔 학교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인천 작전동 작전초등학교에는 암행어사가 있다. 학생들이 하는 말을 감찰하는 ‘바른말 암행어사’다. 담임교사들은 학기초부터 각 반마다 매주 2명의 어린이를 암행어사로 뽑아 마패를 전달한다. 암행어사들은 한 주간 교실 안에서 주고받는 급우들의 대화를 유심히 듣는다. 그 뒤 한 주간 바른말 쓰기를 가장 잘 실천한 어린이를 한 명씩 뽑아 교실 뒤편에 마련된 추천함에 몰래 적어 넣는다. 최다 추천받은 어린이에게는 학기 말에 문화 상품권 등이 수여된다. 이 학교 6학년 김강연(12·가명)군은 “암행어사로 뽑히면 책임감이 생겨 친구들이 바르고 고운 말을 쓰도록 유도하게 된다”고 말했다. 교사 강효진씨는 “아이들이 처음에는 상품을 받기 위해 욕을 줄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바른말이 습관화된 것 같다”며 “아이들 간에 욕설이나 험한 말이 줄어드니 다툼도 자연스럽게 줄었다”고 말했다.
서울 잠실동 신천중학교는 지난해 ‘짝꿍 및 친구 언어생활 탐구서 작성’과 ‘폐기어 투표’ 등을 주 내용으로 언어순화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짝꿍…’ 프로그램은 친구들의 말 중 상처가 됐거나, 듣기 좋았던 말 등을 쓰면서 대화습관을 탐구해 보는 것이다. 학생들은 ‘나대지마’ 등의 막말이나, ‘오소리, 오리, 돼지’ 등 외모를 비하하는 별명을 들었을 때 상처를 받았다고 적었다. 대신 ‘힘내’, ‘우리 팀은 너 없으면 안 된다’ 등의 말이 기분 좋았고, 듣고 싶다고 했다. 학생들은 또 ‘부모님을 모욕하는 말’이나 각종 욕설 등을 폐기어로 선정하고, 이런 말을 쓰면 주번이나 청소 등 봉사활동을 하도록 했다. 신천중학교 교사 김영주씨는 “학기 초 학생들은 욕설이란 것을 알지 못한 채 친구뿐 아니라 교사에게 공격적인 언행을 일삼았다”면서 “언어순화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들이 평소 쓰는 말을 적어내면서, 본인의 잘못된 언어습관에 민망함을 느끼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양재동 언남중학교는 바른언어 캠페인송(노래가사 바꾸기)과 UCC 제작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가수 015B의 ‘이젠 안녕’을 개사한 노래가 캠페인송으로 뽑혔다. ‘아침 일찍 일어나 떠오르는 학교 걱정들 학교가기 싫은 마음을 애써 숨기고, 오늘은 혹시 몰라 누가 내게 말을 걸어줄지(중략). 학교에 나에게 들리는 욕설들 이제는 그만, 욕 들었던 시간은 이제 모두 지워버리고 이 노래 듣는 사람들은 욕 끊어봐요.’ 캠페인송 가사다.
언남중 교사 우한정씨는 “인성은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로 대변된다”면서 “인성교육은 교사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참여해 깨달아야 교육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