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시선 달라졌는데 후보시절 이미지 고수… ‘박근혜 스타일’ 이젠 바꿔야

입력 2013-02-06 01:13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만큼 독특한 스타일의 정치인은 없다. ‘원칙과 신뢰’를 강조하고 의사결정 절차의 ‘보안’을 지켜 소모적 논쟁을 피하는 그의 스타일은 대선 성공신화를 가능케 한 핵심 요인이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을 20일 앞둔 5일, 이제는 그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개인 이미지와 대중성을 기반으로 한 박 당선인의 스타일이 후보 시절엔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대통령이 돼 ‘시스템의 늪’ 앞에 서 있는 상황에선 그렇지 않다”며 “더 이상 측근 중심의 ‘집권그룹’이 아니라 ‘정부 시스템’을 통해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 당선인 스스로 자기 리더십을 바꾸고자 뼈아픈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학자들은 역대 대통령의 실패 요인으로 대선 후보 시절의 스타일만 고수하며 변화하지 못한 점을 꼽는다. 대통령이 되기까지와 된 이후는 상황이 180도 다르고 필요한 리더십도 다른데, 당사자들은 이를 수용하지 못해 바꾸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국민의 달라진 시선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민들이 대선 전엔 후보자로서 장점을 먼저 보지만 대통령에 대해서는 단점을 먼저 보기 때문에 ‘장점 극대화’에 주력했던 후보 시절과 달리 ‘단점 최소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박 당선인 앞에 놓인 정치지형은 역대 최악이다. 새 정부 출범 전 국정 운영 기대감이 고조되던 과거와 달리 대선 결과의 영향력이 지속되며 반대 진영의 저항감이 크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대선 결과가 차기 정부에 대한 기대감과 연계되지 않도록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적극 노력했어야 했는데 그걸 끊지 못했다”며 세 가지 문제를 지목했다. 인수위가 실천 가능한 정책 로드맵과 국정 운영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고, 내각 인선 과정이 순조롭지 못했으며, 무엇보다 당선인과 인수위가 대선 때 극명하게 드러난 세대갈등을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이는 결국 그동안 끊임없이 지적됐던 ‘소통 부재’의 문제로 귀결된다. 국무총리 인선 등 인사부터 정부조직법 개편 과정까지 모든 것이 ‘비공개’로 진행되면서 민주주의의 기본 운영 원칙을 훼손하고, 대국민 설득 과정이 빠지면서 여론과의 관계도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현대 행정이 공공성과 투명성을 중시하는 것은 공적 시스템 속에서 결정을 내려야 기록이 남고 그걸 근거삼아 책임과 포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당선인의 스타일이 이런 민주주의 현장의 원칙을 위반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인선 과정에서 보여준 박 당선인의 스타일이 민주주의 시스템을 대통령에게 5년간 위임한 ‘위임 민주주의’에 걸맞지 않다는 얘기다.

당선인의 ‘메시지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김용준 총리 후보 지명자 사퇴라는 인사 실패보다 “인사청문 제도가 문제”라는 당선인의 발언이 오히려 여론을 악화시켰다는 분석이 많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