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각 부처로 확산되는 정부조직 개편 갈등
입력 2013-02-05 17:20
폐쇄적으로 추진하면 엘리트주의 벽을 넘기 어렵다
정부조직법 개정 문제를 놓고 부처간 갈등이 확산되는 것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충분한 의견 교환 없이 불쑥 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권력인 당선인 측과 현장 부처가 완충지대 없이 대립한 외교통상부 사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식품안전업무 등을 뺏긴 농림수산식품부의 경우 농민단체들이 비대위를 구성하고 조직개편을 규탄하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은 당선인이 앞으로 5년 동안 우리나라를 어떻게 이끌지에 대한 구상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조해주는 것이 맞다. 그렇지만 개편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를 설득하는 과정이 생략돼 불필요한 갈등을 노정시킨 것은 당선인 측의 불찰이다. 8개 부처에 이르는 많은 기능을 넣는 공룡부처의 탄생이 꼭 필요한지는 여전히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밀실에서 몇몇 사람들에 의해 추진되다 보니 엘리트주의에 물든 부서를 손대는 것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차관급 검사장만 54명인 법무부의 경우 8∼9명을 감축하는 것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축소하려는 것은 국민 기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당선인 측이 과감하게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다. 중수부 폐지 공약도 기능만 없애겠다는 검찰 논리에 밀리고 있다. 공개적으로 논의해 여론의 힘을 얻는 과정이 빠졌기 때문이다.
‘모피아’로 불리는 옛 재무부의 고위 공무원 그룹처럼 공무원 조직 가운데는 국민의 충복이라는 책임의식 없이 진입 장벽이 높은 폐쇄된 세계에서 웅크리고 기회를 엿보는 부서가 한둘이 아니다. 이를테면 도대체 우리 국민들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얼마나 충실한 외교부의 서비스를 받고있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해외에서 국민들이 교통사고나 도난을 당해도 우리가 심부름이나 하는 사람이냐고 높은 의자에 앉아 있는 일이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
순혈주의와 배타주의에 물들어 스스로 울타리를 치고, 영역 지키기에 나선 일부 공무원들의 우월의식을 이번 기회에 확 뜯어 고쳐야 한다. 회사가 이익을 얻게 하고 월급을 받는 직업인이 아니라 국민의 혈세로 살아가는 공무원들이 공복 의식 없이 국민 위에서 군림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지 않기 때문에 부처 이기주의란 독버섯이 자란 것 아닌가. 국민들을 규제하는 권한과 나랏돈을 푸는 권한은 죽어도 내놓지 않으려는 지독한 이기심을 잘라내야 할 것이다.
결국 조직 개편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명쾌한 이유와 배경 제시가 없다 보니 업무를 뺏기는 부서의 반발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나마 민주통합당이 여당이 제출한 정부조직 개편 관련 법안 처리에 적극 협력하기로 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심도 있는 논의와 토론을 통해 새 정부의 얼개가 제대로 짜여질 수 있도록 여야가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아울러 업무를 어느 부서가 갖고 가느냐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는 무엇이 나라와 국민에게 이익이 될지를 생각해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