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총장후보추천위 허수아비 되나

입력 2013-02-05 17:17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벌써부터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빠르면 7일 첫 회의가 열릴 예정이지만 추천위원들은 검찰총장 후보자들의 명단조차 받지 못했다. 이런 식이라면 어렵게 출범한 추천위는 정권의 입맛에 맞는 후보자를 고르기 위한 거수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검찰을 비난하는 여론이 조금 잦아들자 곧바로 개혁을 외면하는 법무부의 모습에 국민들은 또다시 실망하고 있다.

검찰 개혁은 더 이상 정권이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 구호가 아니다. 묵묵히 일하는 일선 검사들을 포함해 전 국민이 동의한 핵심 과제다. 지난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재수사, 내곡동 사저터 특검, 서울고검 검사의 뇌물수수 사건, 서울동부지검 검사의 성추문 사건 등을 보면서 국민들은 검찰이 다시 태어나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이후 대검 중수부 폐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찰시민위원회 강화,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수많은 대책이 제시됐다. 하지만 검찰 개혁은 검찰 인사의 투명성을 포함한 인적쇄신이 전제돼야 실현될 수 있다. 과거 개혁이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는 검찰에 기대려는 정권과 청와대의 시녀를 자처하며 줄을 서는 정치검사들의 악순환 고리가 끊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 입김이나 검찰 내부의 권력싸움에 따라 검찰총장이 임명되는 관행을 탈피하고, 검찰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7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도입한 추천위 제도는 의미가 크다. 안팎으로 신망을 받는 검찰총장을 뽑는 데 얼마나 기여하겠느냐는 비관론도 많았지만 검찰 개혁에 대한 공감대가 큰 만큼 과거와 다르게 운영될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새 정부의 첫 검찰총장 후보를 찾기 위한 추천위의 활동은 개혁과는 동떨어진 방향으로 진행되며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법무부 장관이 추천위 인사권을 장악해 비밀리에 추천위를 구성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는데 이번에는 추천위원들이 회의를 앞두고 후보자 명단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추천위 운영은 신망과는 거리가 먼 검찰총장으로 이어질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전 “임기 중 정치검찰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정치검찰, 특권검찰, 비리검찰 근절을 국민들에게 공약으로 제시했다. 곧 출범할 새 정부는 이 약속을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추천위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것이 검찰이 말하는 ‘자기 반성’의 출발점이다. 특히 법무부와 검찰은 후임 검찰총장 추천 과정이 불투명할 경우 국민들의 신뢰를 결코 되찾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