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기 받기도 전에 수백억 송금하는 방위사업청

입력 2013-02-05 17:13

해외무기 구매 및 관련예산 운용을 맡고 있는 방위사업청과 육·해·공군 군수사령부가 심각한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다. 4일 감사원에 따르면 군 당국은 미국의 해외군사판매(FMS)와 연계해 수입 물자를 넘겨받지도 않고 대금을 보냈거나 계약금액을 과다하게 지불했다. 참으로 한심한 작태다.

2007년 12월 성사된 5631만 달러짜리 사업의 경우 2010년 10월까지 물품이 전혀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방사청은 이미 2959만 달러를 지급했다. 해군은 2010년 234만 달러짜리 사업을 추진하면서 미국 정부가 선금으로 16만 달러만 요구했음에도 사업비 전액을 지불하는 호기를 부렸다.

일반기업에서라면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이 같은 행태는 공무를 담당하는 이들의 나라살림에 대한 무개념과 무사안일, 그리고 조직 이기주의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회기 중 예산이 남지 않도록 이른바 예산불용방지 차원에서 선지급도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비슷한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감사원은 2006년 이후 계약한 261개 사업 중 67개에 대해 조사한 결과 14개 사업에서 총 5466만 달러가 예산불용방지 등의 이유로 지급됐다고 밝혔다. 예산이 남을 경우 다음해 예산안 책정에서 예산이 삭감될 수 있다는 점을 지나치게 의식한 결과다. 나라의 살림보다 조직을 더 중시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방사청은 2007년부터 5년 동안 FMS 대금예치를 미국 정부가 용인한 상업은행을 활용하지 않고 손쉽게 연방준비은행에 넣어둠으로써 운용수익 1450만 달러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이들에게는 예산절감이란 개념이 아예 없는 것처럼 보인다.

정부예산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차기 정부가 복지 확대를 위해 각별히 강조하고 있는 예산절감은 불가능하다. 공무원들이 다 그렇지 않겠으나 과연 방사청에서만 그랬을까 하는 의구심은 지우기 어렵다. 차제에 나랏돈의 존귀함에 대한 인식의 환기(喚起)와 더불어 아껴서 예산을 남긴 부처에 대해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도 모색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