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이근미]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자

입력 2013-02-05 17:19


“제가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명함에 직책을 적지 않고 내가 하는 몇 가지 일을 이름 아래 적어두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다른 사람에게 “뭐라고 부르는 게 좋을까요?”라고 질문하기도 한다. 한 곳에 매이는 대신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대표’ 풍년이다. 여럿이 모였을 때 한둘 빼고 다 대표인 경우도 있었다. 예전 같으면 ‘자유기고가’ ‘프리랜서’ ‘기업 전문 강사’라고 명함에 새겼을 법한 사람들이 인터넷사이트를 개설하고 대표 직함을 달았기 때문이다. 스펙이 강조되는 세상이니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다. 작은 기획사 대표들이 ‘실장’ 명함을 들고 다니던 10여년 전과 확연히 달라진 풍경이다.

요즘은 직업인지 직책인지 분간하기 힘든 명함을 건네는 이들이 늘었다. 가족생태학자, 지식소통가, 소통테이너, 대한민국 1% 명강사 등을 이름 옆에 새긴 명함도 받았다. 이런 명함의 강점은 자신을 규정하게 된 배경을 화제로 꺼내 금방 친숙한 분위기를 만든다는 데 있다. 이들은 자신을 브랜드화하려면 단어를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업체를 갖고 있으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얻기 위해 개인브랜드를 만들었다는 이들도 있다.

그런 명함을 받고 신기해하는 나에게도 “너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라. 새로운 단어를 선점해야 눈에 띈다. 클라이언트들이 검색을 통해 사람을 찾기 때문에 일과도 연결된다”고 충고한다. 몇 개의 검색어를 치면 자신의 이름이 저절로 뜨고 그로 인해 일이 훨씬 많아졌다는 이도 있다. 그러고 보면 나도 ‘프리랜서처럼 일하라’를 발간한 후 검색어에 ‘프리랜서’를 치면 내 책이 뜨고, 그와 관련해 인터뷰와 강의 요청이 오기도 한다.

번듯한 회사를 퇴직한 분들 가운데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만 덩그러니 적힌 썰렁한 명함을 건네면서 “아직 일을 안 하고 있어서…”라며 민망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가 하면 회사에 다니고 있으면서도 색다른 직함을 새긴 명함을 건네주는 이들도 있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인생이모작, 삼모작까지도 생각해야 하는 시대이다. 이참에 단순한 직함보다는 자신을 남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독특한 브랜드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 일을 수행할 능력을 갖춘 뒤에라야 직함이 빛을 발한다는 건 더 말할 나위가 없는 일이다. 나도 나만의 색깔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볼까 궁리 중이다.

이근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