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정원교] 중국, 2013년 춘제

입력 2013-02-05 17:19


춘제(春節·설)를 앞두고 베이징 5환(環) 도로 안 시내에서 5일부터 폭죽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당국이 관리하는 임시 폭죽 판매대는 이미 수없이 들어섰다. 독(毒)스모그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전통 풍속을 하루아침에 금지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폭죽판매 상인들은 다만 올해는 스모그 때문에 폭죽이 예년보다 덜 팔릴까봐 걱정하는 눈치다. 언론에서는 폭죽놀이를 제한하는 갖가지 방안을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마침내 베이징시 기상대는 이날 ‘폭죽놀이 기상 지수’라는 걸 발표했다. 앞으로 기상 조건에 따라 ‘적합’ ‘조심’ ‘부적합’ 3단계로 폭죽놀이 가능 여부를 구분하겠다는 것이다.

춘제 귀향 행렬도 이미 시작됐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대도시에서는 벌써부터 인력난이 나타나고 있다. 공사가 중단된 건축 현장이나 종업원이 부족해 쩔쩔매는 식당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오토바이 귀향 부대’는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대도시에서 일하는 농민공들이 무리를 지어 오토바이를 타고 고향으로 향하는 것이다. 주로 광둥(廣東)성에서 1000㎞, 2000㎞씩 떨어진 후난(湖南)성, 쓰촨(四川)성 등지로 가는 경우가 많다.

광둥성을 출발하는 오토바이 귀향 행렬은 2010년 10만명에서 2011년 20만명, 2012년 40만명으로 급증하는 추세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26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40일 동안을 ‘춘윈’(春運·춘제 승객 특별수송) 기간으로 정했다. 이 기간에 전국적으로 연인원 약 34억명이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보다 8.6% 늘어났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움직이다 보니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도 적지 않다. 지난 1일과 2일 이틀 동안에만 과적 미니버스 전복 등으로 전국에서 58명이 사망하고 100명 가까이 부상했을 정도다.

더욱이 지난 1일에는 허난(河南)성 싼먼샤(三門峽)시에서 폭죽을 운반하던 화물차가 폭발하면서 고속도로 교량이 붕괴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10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했다. 수많은 농민공들이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해 애태우지만 속 시원한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뉴스도 이때쯤이면 빠지지 않는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와 리커창(李克强) 총리 내정자는 일요일인 지난 3일 나란히 대표적 오지인 간쑤(甘肅)성과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의 빈곤 마을을 찾았다. 다른 지도자들이 그랬듯이. 이날은 ‘샤오녠(小年)’으로 불리는 음력 12월 23일이었다.

춘제를 앞두고 소위 부뚜막신에게 제사를 지낸다는 날이다. 시진핑은 ‘하늘 아래 가장 가난한 곳’이라는 간쑤성 딩시(定西)시 톈자허(田家河)향 주민들을 만나 “빈곤 탈출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위로했다.

대다수 중국 사람들은 올 춘제 때도 ‘춘완’(春晩·섣달 그믐날 밤 국영 CCTV가 방영하는 대형 특집쇼)을 보고 만두를 먹고 ‘복(福)’자를 문에 붙이고 폭죽을 터뜨릴 것이다. 귀향에 목매는 백성들과는 달리 해외로 떠나는 고소득층도 적지 않을 터다.

‘중국의 꿈(中國夢)’과 ‘아름다운 중국(美麗中國)’을 외치지만 아직도 국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참 많은 곳이 중국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