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겁 먹었던 설 음식, 이렇게 손쉬울 줄이야… 초보 며느리도 거뜬한 압력밥솥 이용한 명절 요리

입력 2013-02-05 16:59

‘사각사각’ ‘톡톡’

서울 강남구 신사동 휘슬러코리아 신사동갤러리에서 지난 1일 오후 3시에 펼쳐진 ‘초보 며느리들을 위한 명절음식 쿠킹클래스’. 여느 쿠킹클래스들은 소곤거리는 소리와 함께 호호 하하 웃음소리가 배경으로 깔리게 마련인데, 이날 클래스는 식재료 써는 소리와 메모하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강사로 나선 최혜숙 휘슬러 수석 셰프가 칼을 들고 ‘제가 바로 칼 있으마’ 셰프라고 우스개 소리를 해도 이들은 긴장을 풀지 않았다.

지난해 9월 결혼한 정송이(29·서울 상도동)씨는 “이번 설이 결혼 후 사실상 처음 맞는 명절이라서 쿠킹클래스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지난 추석은 신혼여행을 다녀온 바로 다음 날이어서 인사만 했단다. 하유정(32·경기 수지)씨도 작년 9월 결혼해 정씨와 비슷한 경우. 결혼 7개월차로 세 사람 중 결혼 선배(?)인 류지은(30·서울 개포동)씨는 “지난 추석 때는 어머님께서 시키는 대로만 했는데, 이번 설은 그동안 익힌 살림솜씨를 보여 드리고 싶어 왔다”고 욕심을 냈다.

이번 쿠킹클래스의 메뉴는 전복 단호박 갈비찜과 라즈베리 치자 약식. 최 수석셰프는 “시댁에는 명절 전날 가게 마련이므로 그날 저녁 멋진 일품요리를 식탁에 내놓고 식사 후 디저트까지 챙기면 시어른들의 사랑을 흠뻑 받게 될 것”이라고 메뉴 선택 이유를 설명했다. 설 고정 메뉴인 전이나 떡국, 삼색나물 등은 ‘살림의 고수’ 시어머니의 지도를 받아 다소곳이 해내는 ‘초보 며느리’가 외려 예뻐 보일 수 있다.

본격적인 조리 실습에 들어가기 앞서 최 수석셰프가 “신혼살림으로 압력밥솥 마련한 분 손들어 보시라”고 하자 세 사람 모두 손을 번쩍 들었다. 최 수석셰프는 “압력밥솥에 요리를 하면 조리 과정에서 열이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최대한 막기 때문에 요리 시간과 에너지가 절약되고, 무산소요리여서 산화를 방지해 재료 고유 영양소가 보존돼 건강한 식탁을 만들 수 있다”면서 올설 음식준비에는 압력밥솥을 100% 활용해보라고 말했다.

‘칼 있으마’ 셰프의 지도로 두 가지 음식의 조리를 마친 하씨는 “갈비찜도 뚝딱 되고, 약식도 이렇게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건지 정말 몰랐다”며 신기해했다. 류씨는 “갈비찜 재료를 모두 손봐서 양념에 재 갖고 가면 간이 배서 더 맛있을 것 같다”고 아이디어를 냈다. 류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정씨는 “충북 옥천 시댁에 내려갈 때 압력밥솥을 가져가야 되겠다”고 별렀다. 이날 초보며느리들이 만든 전복 단호박 갈비찜은 영양만점인 데다 단호박의 고운 색 덕분에 한결 맛깔스러워 보였다. 치자물과 흑설탕으로 색을 내고 무화과 라즈베리 등 이색과일을 넣은 약식도 입에 착착 감겼다.

#전복 단호박 갈비찜

<재료> 전복 4개, 쇠갈비 800g, 단호박 ⅔개, 밤·무화과 5개씩, 대파 1대, 마늘 6쪽, 물 1컵, 양념(간장 1컵, 배 ⅔개 간 것, 양파 ½개 간 것, 조청 4큰술, 청주 2큰술, 다진 마늘·다진 파·참기름·깨소금 1큰술씩, 소금·후추 약간씩)

<만들기> ① 쇠갈비는 5㎝ 길이로 토막내 찬물에 3시간쯤 담가 핏물을 빼고, 전복은 깨끗이 씻어 손질한다. ② 단호박은 깍뚝 썰기하고, 밤은 껍질을 까고, 대파는 어슷 썬다. ③ 양념장 재료를 골고루 섞어 핏물 뺀 갈비를 재운다. ④ 압력솥에 모든 재료를 차곡차곡 넣은 뒤 물 1컵을 붓고 뚜껑을 닫은 다음 센불에 올린다. 압력계기가 올라오면 불을 끄고 압력계기가 내려가면 뚜껑을 연 채 다시 약불에 올려 5분쯤 졸여 준다. 추형 압력솥일 때는 추가 돌아가기 시작한 뒤 20분 더 가열한 뒤 중불에서 10분간 뜸을 들인다.

#라즈베리 치자약식

<재료> 찹쌀 2컵, 치자물(치자 3,4개+물 1½컵), 밤 8개, 대추 5개, 건무화과 7개, 건라즈베리 50g, 잣 2큰술, 흑설탕 ½컵, 참기름·간장 2큰술씩, 물엿 1큰술

<만들기> ① 찹쌀은 씻어서 2시간 이상 물에 불려 체에 밭여 놓고, 치자는 미지근 한 물에 30분쯤 담가 놓는다. ② 밤은 2등분하고, 대추는 돌려 깎아 채 썰고, 무화과는 반을 자른다. ③ 압력솥에 치자 불린 물을 붓고 흑설탕을 넣은 다음 녹을 때까지 젖는다. ④ ③에 참기름과 잣을 제외한 모든 재료를 넣고 뚜껑을 닫은 다음 센불에 올린다. 압력계기를 최대 압력단에 맞춰 가열한 후 압력 계기가 올라오면 불을 끄고 계기가 내려가면 뚜껑을 연 다음 참기름과 잣을 뿌려 고루 버무린다. 추형 알력솥은 추가 돌아가기 시작한 뒤 센불에서 15분 더 가열한 뒤 불을 끈 상태에서 뜸을 들인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