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세계소리축제서 ‘전주’ 뺀다… 축제 상징성 제외 논란

입력 2013-02-04 19:55

전북도가 전주세계소리축제의 명칭에서 ‘전주’란 지역명을 빼고 ‘세계소리축제’로의 변경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예산과 규모 면에서 전북을 대표하는 축제로 12년을 이어온 소리축제의 이름을 공청회 한 번 없이 내부 검토만 거쳐 바꾸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4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도는 최근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에 축제의 이름을 ‘세계소리축제’로 변경하는 방안을 요청했다. 소리축제조직위는 오는 19일 조직위원 총회를 열어 명칭 변경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도는 지역축제의 한계성을 넘어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시키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명칭 때문에 방문객들이 이 축제를 ‘전주만의 축제’로 인식하고 있는 데다, 또 다른 소리의 성지(聖地)라 불리는 고창·남원까지 외연을 넓히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10년 넘게 진행된 축제 이름을 공개 논의 없이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지역 문화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 축제는 물론 영국 에든버러축제나 프랑스 아비뇽축제 등도 지역명을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판소리를 중심으로 하는 축제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조직위원회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예전에도 이 같은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아무런 절차 없이 쉽게 바꾼다면 얼마 가지 않아 또 전북을 아우른다며 ‘전북’이란 글자를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2001년 시작된 전주소리축제는 해마다 20억∼40억원의 예산을 들여 200여회씩 공연을 펼쳐 왔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