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 임박] 낚싯바늘 형태…핵폭발 충격 최소화, 만탑산 중턱 화강암반 1㎞ 수평 굴착

입력 2013-02-04 23:47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위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만탑산(해발 2205m)에 파놓은 수평갱도에는 충격흡수와 방사능물질 차단을 위해 다중 차단문과 격벽들이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공개된 갱도 사진은 2010년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영상에서 포착된 것이다. 사진은 미국 핵 전문가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팀의 점검을 받았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은 2009년 2차 핵실험 때 방사능이 누출되지 않도록 낚싯바늘 형태로 꼬인 갱도를 만들어서 핵실험을 강행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번에도 같은 구조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만탑산 중턱 화강암지대를 수평으로 뚫고 들어간 갱도는 지름 2∼3븖에 길이가 1㎞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보통의 경우 핵실험은 사막지대의 수직갱도에서 진행되지만 북한은 산악지형을 이용하기 위해 수평갱도를 판 것으로 관측된다.

수평갱도와 지상을 연결하는 끝 부분은 달팽이관처럼 꼬여 있었다. 갱도 안의 다른 부분들도 지그재그 모양으로 조성됐다. 충격을 직접 받는 1번 차단문은 3중 고강도 강철문으로 제작됐으며, 나머지 차단문은 토사와 돌덩이로 되메우기를 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 차단벽 3개는 4, 5번 차단문 뒤와 9번 차단문 앞 방향이 꺾이는 지점에 설치됐다. 핵폭발 가스와 잔해가 몰리는 충격을 완화시키는 역할이다.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때는 직선으로, 2009년 5월 2차 핵실험 당시엔 달팽이관 형태로 갱도를 팠다. 1차 핵실험은 폭발력이 1킬로톤(㏏) 안팎에 불과했으나 제논과 크립톤 등 방사능물질이 대기 중 유출된 반면 2차 핵실험 때는 폭발력이 2~6㏏으로 증가했지만 방사능물질이 탐지되지 않았다. 국방부는 북한이 서쪽과 남쪽 갱도 모두에서 핵실험 준비를 마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면 두 곳에서 동시에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탄 것으로 보이는 차량이 서쪽 갱도에서 포착돼 최종 핵실험 준비 점검을 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지난달 28일 촬영된 이 지역 위성사진을 검토한 결과 1998년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실시했던 라스코 실험장과 유사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실험장 주변의 벙커와 부속건물 배치, 진입로 위치 등이 같다는 것이다. ISIS는 북한이 핵실험을 서쪽 갱도에서만 실시할 가능성, 서쪽 갱도에선 핵 장치를 조립해 남쪽 갱도로 옮겨 실험할 가능성, 양쪽 모두에서 핵실험할 가능성 등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