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식인들 “헌법으로 통치하라” 민주주의·인권 보장 서구식 헌법… 시스템 미비로 위반 다반사
입력 2013-02-04 18:34
중국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헌정 통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지난해 12월 4일 헌법 공포 3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헌법의 생명은 실천에 있다”고 말한 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시 총서기는 “헌법은 권리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합법적인 무기가 되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인 학습시보는 지난달 21일 “당은 전국인민대표대회 아래 위원회를 두어 헌법에 위배되는 법률이 통과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의 사설을 실었다. 시진핑이 중앙당교 교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기관지 학습시보의 이 같은 사설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고 NYT는 분석했다.
1982년 개정된 중국 헌법은 여느 서구 선진국과 다름없이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국가의 모든 권력은 인민으로부터 나오며, 헌법상 최고 권력기구는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아닌 전국인민대표대회가 갖도록 규정돼 있다. 중국 인민들에겐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는 물론 통신의 자유까지 인정된다. 심지어 사유재산의 권리도 완전히 보장된다.
하지만 시스템의 미비로 헌법 위반이 비일비재하게 자행되는 게 문제다. 학습시보 편집자 덩유엔은 “헌법은 말로만 작동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행 헌법을 준수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게 개혁주의자들의 생각이다. NYT에 따르면 중국의 진보적 지식인 72인이 지난해 11월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가진 개혁 전략 수립 회의에서도 입헌주의가 주요 화제로 떠올랐다. 이들은 청원서에도 서명했다.
문제는 시진핑을 비롯한 핵심 지도부의 의지라는 게 중평이다. 일단 중국 전문가들은 시 총서기의 30주년 기념식 연설이 20주년 행사에서 가진 후진타오 전 주석의 연설보다 훨씬 강한 내용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NYT는 중국 지도부가 헌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담은 보도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개혁 요구를 억누르고 있다고 전했다.
남방주말은 ‘중국의 꿈은 헌정의 꿈’이라는 제목의 신년사를 실었다가 당국의 검열을 받아 삭제된 뒤 이례적인 기자 파업 사태를 빚기도 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