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갖고 노는 아이들, 정신·육체 건강 ‘빨간불’

입력 2013-02-04 18:28


맞벌이를 하는 김모(39·여)씨는 퇴근하고 나면 피곤해 딸아이와 놀아주는 대신 종종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했다. 스마트폰을 접한 다섯살 서연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고, 스마트폰이 없으면 밥도 먹지 않으려고 하는 등의 행동을 보여 김씨는 걱정이다. 김씨는 “최근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기 위해 기기를 빼앗았더니 장난감을 던지는 등 난폭한 행동을 보인다”며 곤혹스러워 한다.

직장인 임모(45·남)씨 역시 스마트폰 게임과 메신저에 빠져 대화는 커녕 눈 한번 마주치지 않는 중학교 1학년 아들 때문에 고민이다. 아들의 학교 성적이 떨어진 것은 물론 스마트폰 게임에 열중하며 길을 걷다 교통사고가 발생할 뻔 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우리 아이 정신건강 위협하는 스마트폰= 스마트폰만 있으면 인터넷, 메신저, MP3, 게임 등을 다 할 수 있게 되면서 일상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증가하는 만큼 우리 아이들의 정신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개발한 스마트폰 중독 진단척도를 활용한 분석 결과, 스마트폰 중독 고위험군 비율은 초등학생이 1.04%, 중학생 2.81%, 고교생 2.42%로 중학생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군의 경우 스마트폰 사용으로 일상생활에 장애를 겪거나 내성과 금단현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특히 고위험군은 대부분의 대인관계가 스마트폰으로 이뤄지거나,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을 느끼는 경우에 해당된다. 또 스마트폰 사용으로 학업이나 대인관계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거나 과다하게 사용하는 학생도 포함된다. 이런 학생은 스마트폰 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 관련 기관의 전문적인 지원과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보급의 대중화로 이를 장난감으로 여기는 영·유아들이 늘면서 이러한 첨단 전자기기에 의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발생위험도 높아져 부모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홍현주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유아기부터 스마트폰에 빠지면 균형적인 뇌 발달이 이뤄지지 못하고 정보를 통합하는 사고력이 떨어진다”며 “되도록 스마트폰 사용 시기를 늦추고 스마트폰에 집착하는 경우 신체활동을 부모가 함께 하거나 다른 놀잇감을 주며 관심사를 바꿔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중독, 성장 중인 아이들 시력 저하 초래= 스마트폰 중독의 또 다른 문제 중 하나는 장시간 사용에 따른 시력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영·유아, 청소년기 아이들은 스마트폰으로 게임 등을 하며 장시간 응시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 시기 아이들의 경우 안구발달이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장시간 가까운 물체를 보면 눈에 과도한 조절을 일으켜 시력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스마트폰을 30분가량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근시가 상당히 진행된다는 보고도 있고, 장기적으로 안구건조증이 나타나거나 시력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송종석 고려대 구로병원 안과 교수는 “아이들이 한 번에 30분 이상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사용 후에는 가까운 곳 보다는 먼 곳을 보는 훈련을 통해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이 시력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잘못된 자세로 게임, 거북목 증후군 등 각종질환 위험성 높아=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잘못된 자세로 인해 손가락 관절염, 거북목 증후군, 어깨 통증, 손목터널 증후군 등 각종 관절질환의 위험성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할 때 짧은 시간 동안 손가락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돼 주변 근육과 힘줄에 충격을 주고, 결국 손가락 관절이 손상되는 관절염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스크린이 눈높이 보다 낮고 화면이 작아 목을 앞으로 숙이게 되는데, 이러한 자세로 장기간 게임을 할 경우 목뼈의 전만이 소실돼 머리가 숙여지지 않은 상태에서 고개가 앞으로 빠지는 거북목 증후군도 우려된다.

신상진 이대목동병원 어깨질환센터장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다보면 잘못된 자세로 장시간 게임을 하더라도 몸에 무리가 가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게임을 하며 생길 수 있는 질환들을 알고 평소에 의식적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움말=홍현주 한림대성심병원 소아정신과 교수·송종석 고대구로병원 안과 교수·신상진 이대목동병원 어깨질환센터 센터장

전유미 쿠키건강 기자 yumi@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