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터키전훈 캠프] 동유럽 강호 잇따라 격파… 자신감 충만

입력 2013-02-04 18:14


“저기 빨간 유니폼을 입은 애들이 자그레브와 파르티잔을 이겼대.” “정말? 한번 붙어 보고 싶네.”

최근 터키 안탈리아의 크렘린 팰리스 리조트 로비에서 두 외국인 축구선수가 포항 스틸러스 선수들을 보고 나눈 대화다. 우연히 이 대화를 엿들은 포항의 선수지원팀 임정민 대리는 “포항이 동유럽 강호들을 친선경기에서 잇따라 격파하자 안탈리아로 전지훈련을 온 각국 클럽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다들 놀라는 눈치다. 우리와 친선전을 치르고 싶어 하는 팀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탈리아에서 진지훈련 중인 포항은 지난달 24일(이하 현지시간) 크로아티아 챔피언 디나모 자그레브와의 친선경기에서 2대 1로 이겼다. 이어 28일엔 지난 시즌 세르비아 1부 리그에서 우승한 FK 파르티잔을 3대 1로 꺾었다. 당시 양 팀은 정예 멤버를 출전시켜 A매치 같은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29일 치른 오스트리아 비너 노이슈타트전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였다. 포항은 1대 2로 석패했는데, 자질이 부족한 심판 때문에 3골이 모두 페널티킥으로 만들어졌다. 지난 2일 포항은 다시 힘을 내 폴란드의 FC 포곤에 4대 0 대승을 거뒀다.

크렘린 팰리스 리조트의 마케팅 일환으로 친선경기를 주선하고 있는 에르한 세르타가야 씨는 한동안 여러 클럽들로부터 “포항과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놔 달라”는 민원에 시달려야 했다.

포항이 안탈리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벌어진 에피소드 한 가지. 세르타가야 씨는 포항의 친선경기 상대로 러시아 3부 리그 팀을 주선한 적이 있다. 황 감독이 “포항을 어떻게 보고 이런 팀과 경기를 하라는 것이냐”며 거세게 항의하자 세르타가야 씨는 무엇이 잘못됐느냐는 표정으로 웃었다. 그러다가 포항이 자그레브를 꺾자 군말 없이 강팀을 물색해 줬다고 한다.

황 감독은 4일 오후 훈련이 끝난 뒤 “그동안의 전지훈련 성과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공격 조합을 더 찾아야 하고 전술도 더 다듬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렇지만 포항이 터키에서 K리그 클래식의 위상을 드높였다는 사실까지 부정하진 않았다.

안탈리아(터키)=글·사진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