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격 건강사회 토론회] “고혈압 환자, 설마하다 치명적 합병증… 싱겁게 먹고 약물 치료”

입력 2013-02-04 18:23


국민일보 쿠키미디어는 지난달 22일 ‘만성질환관리 두 번째, 고혈압 환자의 관리와 해법’을 주제로 14회 ‘고품격 건강사회 만들기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인구의 고령화와 생활양식의 변화로 인해 만성질환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고혈압은 국민 4명 중 1명이 갖고 있는 질환으로, 60세 이상 노년층의 경우 절반 이상이 고혈압을 앓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20, 30대 젊은 층의 고혈압 환자도 늘고 있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대표적 만성질환인 고혈압을 어떻게 관리하고 예방해야 하는지 질환 관리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주제= 고혈압 환자의 관리와 해법

◇일시= 2013년 1월 22일 오후 2시

◇참석자= 박혜경 질병관리본부 만성질환관리과장, 최경업 숙명여대 약학대학 교수, 두영철 대한개원내과의사회 학술이사, 조상호 한림대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진행= 김민희 쿠키건강TV아나운서

◇연출= 홍현기 쿠키건강TV PD

◇방송일시= 2013년 2월 5일 오후 3시10분∼4시40분


-고혈압은 어떤 질환인가, 발병 연령이 낮아지는 이유는?

◇조상호= 우리나라 국민의 30%에서 유병률을 보이는 가장 흔한 성인병 중 하나다. 70세 이상 노인은 50% 이상의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고혈압 자체로는 증상이 없지만 심장병, 뇌졸중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한다. 의료비 증가, 환자와 가족의 고통 증가 등 사회적 손실을 유발할 수 있는 질병이다.

◇두영철= 생활 습관의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우리나라 성인이 먹는 평균 나트륨량은 4800㎎으로 조사됐다. 세계보건기구 권장량은 2000㎎이다. 인스턴트 식품의 대중화와 나트륨 과다섭취, 소아비만이 많아진 것이 원인이다.

-다른 질환보다 인지율이나 치료율이 낮은데?

◇조상호= 고혈압은 침묵의 병이다. 증상이 나타났다면 고혈압에 의한 증상이라기보다 협심증, 뇌졸중 등 합병증이 나타나 치료하는 도중 고혈압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자각 증상이 없어서 고혈압인지 알 수 없다.

◇두영철= 환자들은 내 병은 내가 잘 안다, 증상이 없으면 병도 아니고 질환도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인식 자체가 변해야 치료율이나 조절율이 좋아질 수 있다. 혈압은 매일 약을 복용해야 조절된다. 약을 끊게 되면 혈압이 다시 올라갈 수 있다.

-고혈압 관리를 위한 제도적 보완을 계획하고 있나

◇박혜경= 고혈압은 매일 약을 복용해 관리해야 한다. 30년 이상 매일 약을 먹는 것은 쉽지 않다. 복약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적인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면 정보가 의료기관으로 전달돼 병원 재방문 시기가 지나면 문자로 알려주는 시스템이 있다. 의료기관 방문을 유도하는 것이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최근 고혈압 약제에 관한 치료 가이드라인이 새로 고시됐다, 고시에 대한 의견은?

◇최경업= 동반질환 및 합병증이 없는 초기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1가지 약제만을 쓰라는 것이다. 다제약제를 많이 쓰는 것에 대해 고혈압 약을 적절하게 사용하라는 의미다. 2가지 이상의 약제를 쓸 경우 사유를 적으면 되기 때문에 충분한 임상적 이유가 있다면 약제를 써도 된다.

◇두영철= 치료지침은 치료지침일 뿐이다. 어느 나라도 치료지침을 급여와 연계한 곳은 없다. 임상의사 입장에서는 환경이 상황에 따라 바뀐다. 가이드라인일 뿐이지 실제 진료 현장에서 고시대로 사용하는 것은 무리다.

◇조상호= 가이드라인을 근거학처럼 여기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순환기 계열의 진료지침은 급격히 변한다. 2∼3년 전 것만 해도 구시대적 치료법이다. 최신지견이 계속 나오고 있다. 예전 이론만 갖고는 환자의 생명을 연장시킬 수 없다. 가이드라인대로 따르라는 것은 의사들이 최신 치료를 하는 것을 옥죌 수 있다. 오히려 의료비 억제가 아니라 상승시킬 가능성이 높다. 더 최선의 치료를 해서 환자 유병률을 줄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수 있다.

◇박혜경= 정부 입장에서는 비용효과를 따질 수밖에 없다. 현황을 잘 반영하고 최신 의과학 지식을 기반으로 한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선진국의 가이드라인은 우리나라처럼 급여 삭감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지는 않다.

◇조상호= 우리나라만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서구의 가이드라인을 받아서 하다 보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우리 나름의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경업= 상징적인 의미에서 고시를 낸 것이지 안하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환자를 보는 의사들에게 제한을 주겠다는 개념은 아니다. 미국에서 가이드라인이 새로 나오면 현실을 반영해서 고시를 다시 만들면 된다.

-고혈압 관리를 위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박혜경= 고혈압 발병 시점은 40대이지만 발병 시점부터 사망 시점까지의 시간이 길어졌고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도 많다. 국가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있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다. 관리 체계를 지금보다 더 확실하게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와 학계가 합의를 이뤄야 하고 의료전달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두영철=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서는 1차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참여 동기를 유발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법안이 만들어지는 초기부터 1차 의료기관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 또 각 의료기관 직능 간의 기능 재정립이 필요하다. 보건소, 1차 의료기관, 대학병원 간의 기능이 재정립돼야 한다.

◇조상호= 모든 혈관 질환의 근본 질환인 고혈압 관리가 현재부터 대비되지 않는다면 20∼30년 후 의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고혈압의 중요성을 깨닫고 의사한테 찾아가서 필요하면 약을 먹고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고혈압 인지 치료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의사의 자율성, 전문성을 보장했기 때문이다. 이를 제한할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보장해줘야 한다.

◇최경업= 약물치료를 잘하면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무조건 약물치료를 억제할 것이 아니라 잘 쓰면 의료비 등 여러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박혜경= 만성질환 관리가 보건의료계만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평소 건강검진 등을 통해 혈압을 관리해야 한다. 고혈압은 절반의 법칙이 있다. 전체 고혈압 환자 중 고혈압인 것을 아는 사람이 절반이고 그 중 약을 먹고 있는 사람이 절반 약을 먹는 사람 중에서 기준치 이하로 혈압이 잘 조절되는 사람이 절반이라는 법칙이다. 인지율은 높지만 조절률은 인지율에 비해 낮다. 고혈압은 매일 약을 먹어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정리=김성지 쿠키건강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