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후보 ‘깜깜이’… 추천위는 ‘거수기’?
입력 2013-02-04 21:33
검찰 독립성 강화를 목적으로 도입된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첫 활동부터 ‘거수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추천위가 구성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후보자 명단이나 관련 정보, 일정 등이 소속 위원들에게 전혀 전달되지 않는 데다 법무부 장관이 후보자 인선에 직접 개입할 여지가 많아 추천위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일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달 7일 공석인 검찰총장 후보자 인선을 위한 후보추천위(당연직 5명, 비당연직 4명)를 가동한다고 발표했다. 8∼14일에는 검찰총장 후보 천거도 받았다. 그러나 이후 20일이 지나도록 위원들간 상견례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이르면 오는 7일 열릴 첫 회의 당일 제청 대상자들이 선정될 가능성도 있다. 위원들로서는 법무부가 제공하는 자료에만 의존해 심사 대상자를 검증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와중에 이미 검찰 주변에서는 ‘후보군이 3∼4명으로 압축됐다’ ‘모 인사가 내정됐다’ 등 얘기가 나돌고 있다.
한 위원은 4일 “누가 위원이고 누가 심사 대상인지, 회의는 언제 열리는지 (법무부에서) 전화 한 통 없다. 정말 이상하다”고 토로했다. 다른 위원은 “대법관 추천을 보면 회의 열흘 전쯤 위원들에게 명단을 주고 사전 검토할 수 있게 한다”며 “이번에는 검증을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후보추천위는 청와대가 검찰총장을 낙점하는 관행을 깨겠다는 취지로 2011년 9월 개정된 검찰청법(제34조 2항)에 따라 도입됐다. 세부 운영규정은 지난해 10월 대통령령으로 정해졌다. 실제 구성되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해당 법령을 뜯어보면 법무장관이 직접 영향력을 행사해 추천위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는 소지가 많다. 법무장관은 제청 대상자를 추천위에 제안할 수 있으며, 공개 천거를 통해 접수된 인사들도 일단 장관이 적합 여부를 따진 뒤 추천위에 제시토록 돼 있다. 법무장관의 ‘1차 심사’를 통해 걸러진 인사들만 추천위 심사 대상에 오르는 구조인 셈이다. 특히 위원들을 위촉·임명하는 법무장관에게 ‘추천위 회의에 출석하거나 의견을 제출할’ 권한도 줬다.
추천위는 적격 심사 이후 3명 이상을 추천하지만 법무장관이 대통령에게 후보자를 제청할 때 추천 내용을 ‘존중한다’고만 규정돼 있어 사실상 강제력은 없다. 결국 청와대가 법무부를 통해 얼마든지 원하는 후보를 고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박근혜 당선인이 대선 공약으로 ‘검찰총장 후보의 공정성·중립성 강화’를 내세우며 추천위가 추천한 인물로 총장을 뽑겠다고 했지만 추천위 자체가 요식 절차에 불과하다면 결국 기존의 총장 인선 시스템과 차이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호일 전웅빈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