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악몽에 엔저 공습까지… 中企 ‘벼랑에’
입력 2013-02-04 18:25
자동차부품 중소기업 A사는 환율 하락으로 손해가 막심하다. 수출계약 체결시점인 지난해 9월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였지만 지난달 1050원대까지 내려앉으면서 수억원의 이익을 날렸다. 기계류 수출 중소기업인 B사는 바이어에게 원화 강세를 이유로 납품가 10% 인상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B사는 바이어가 엔저에 따라 가격경쟁력이 생긴 일본 업체로 납품업체를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하락과 엔화가치 급락으로 수출로 먹고사는 중소 및 중견기업의 금전적 손실이 현실화되고 있다. 무역보험공사의 최근 조사에서 수출기업의 손익분기점 환율은 원·달러 기준으로 중소기업은 1102원이었다. 원·엔(100엔당)은 1343원이었다. 4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1085원대, 원·엔은 1171원대로 이미 중소기업이 감내할 수준을 훌쩍 넘어선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중소기업들의 환 위험 회피 상품 이용률은 저조하다. 무역협회가 450개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지난달 말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56%가 환 위험 관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08년 키코 사태로 인해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1000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었던 중소기업들이 ‘키코 트라우마’로 인해 환율 관련 보험마저 기피하고 있어 피해가 커지고 있다. 투기적 요소가 컸던 키코와 달리 환율 관련 보험은 수출기업에 꼭 필요한 환헤지 상품인데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보다 못한 정부가 수출 중소 및 중견기업 지원에 나섰다. 초점은 이들 기업에 대한 환변동보험 지원을 강화하는 데 맞춰졌다. 환변동보험 가입 기업 수를 늘려 환율 변동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업이 환변동보험 약정을 1달러에 1000원으로 했을 경우 원·달러 환율이 900원으로 떨어져도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달러당 1000원에 환전할 수 있게끔 안전장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무역보험공사는 환변동보험 재원을 기존 1조1000억원에서 올해 1조5000억원으로 확대키로 했고, 적용한도를 수출실적의 70%에서 90%로 늘렸다. 또 오는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이용한도 500만 달러 이하인 수출기업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20% 더 할인해주기로 했다. 따라서 무역협회나 지자체로부터 환변동 보험료 수수료를 지원받을 경우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환위험 관리가 가능하게 됐다.
무역보험공사 최상봉 팀장은 “중소기업의 경우 급격한 환 변동 시 일시적인 자금 압박으로 흑자부도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수출기업별로 자기 회사에 맞는 환 위험 회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