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5년 교육정책 평가] (상) 입학사정관제
입력 2013-02-05 09:15
대학마다 다른 기준·전문성 부족… 사교육만 부추겼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모토는 ‘학교교육 만족 2배, 사교육비 절반’이었다. 정부는 지난 5년간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러 정책을 도입했다. 하지만 국민이 느끼는 만족감은 낮은 수준이다. 국민일보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가장 논란이 일고 있는 MB정부의 교육정책들을 3회에 걸쳐 평가한다.
대학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는 현 정부가 처음 제시한 게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11월 안병영 전 교육부총리가 2008학년도 이후의 대입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을 때 입학사정관제가 정부 정책으로 등장했다. 학생 선발 기준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여러 요소로 다양화해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킨다는 목적이었다.
입학사정관제는 참여정부가 씨를 뿌린 정책이었음에도 현 정부에서 크게 확산됐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대입제도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현 정부 교육정책과 맞았다. 다른 이유는 이 제도의 ‘자율’이라는 특성이 정부 철학에 부합했다. 입학사정관제로 각 대학은 각각의 특색에 맞게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
◇현 정부에서 크게 확산=첫 도입 때인 2008학년도 대입에서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한 대학은 10곳에 불과했다. 선발 인원도 125명이었다. 2013학년도 입시에선 125개 대학이 4만7606명을 뽑았다. 4년제 대학 정원의 13.5%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입학사정관제가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한다. 김병주 영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최근 대교협 주최 토론회에서 “기계적 점수 위주의 선발에서 벗어나 잠재가능성 위주의 선발이 가능해졌다”며 입학사정관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교과부도 1월 실시한 정책 설문조사 참고자료에서 “동아리 참여 학생수가 늘어나는 등 학교교육 중심의 대입 전형이 정착되고 있다”고 밝혔다.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해=일선의 평가는 다르다. 입학사정관제가 오히려 사교육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 많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박범이 회장은 “입학사정관제에 필요한 전문 논술과 봉사·체험활동 모두 돈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5년간 서울 대치동, 목동, 중계동 등 학원 밀집 지역에는 입학사정관제를 컨설팅해주는 학원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결국 경제력 있는 부모를 둔 수험생이 유리한 게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현 정부 교육정책을 평가해 달라는 국민일보 설문조사에서 입학사정관제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국회 교육과학위원회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자기소개서를 쓰는 학원이 뜨는 등 이상한 현상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일선 고교에서는 대학마다 선발 기준이 지나치게 제각각인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 회장인 이성권(서울 대진고) 교사는 “대학별로 요구하는 인재상이 다르다 보니 진학 지도가 어렵게 됐다. 교사의 본래 업무가 교과·인성·생활지도이지 진학지도는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입학사정관의 전문성과 처우도 문제다. 국회 교과위 김태원 의원실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대학의 입학사정관 618명 가운데 비정규직이 57%(352명)나 됐다. 신분이 불안해 업무를 오래 못하고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도 많다. 연령별로 20대 입학사정관이 전체의 23.9%나 된다. 한국교육개발원 김미란 연구위원은 “수험생의 합격을 결정하는 데 입학사정관보다는 입학처장이나 해당 전공 교수의 권한이 더 크다”면서 “전문성을 논의하기에 앞서 각 대학이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제 개선하려면=교육개발원 신혜숙 연구위원과 홍익대 교육학과 김준엽 교수 등은 최근 입학사정관제와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입학사정관제로 입학한 학생이 일반 전형을 치른 학생에 비해 대학 활동을 더 활발히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특히 사립대와 비수도권대학의 경우 이런 경향이 뚜렷했다”고 말했다.
이는 입학사정관제가 부작용만 있는 것은 아님을 의미한다. 개발원 김 연구위원은 “입학사정관제 도입으로 다양한 방과후 활동이 개설되는 등 학교 현장에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새 정부도 제도를 축소하기보다는 대학을 중심으로 내실화를 기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교사도 “이 제도가 학교에 끼친 긍정적 효과를 부인할 수는 없다”면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등을 폐지해 학생부 중심으로 선발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