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20만원 기초연금 준다는데 왜 가입해”… 저소득층 국민연금 외면 불보듯

입력 2013-02-05 00:08


새 정부의 핵심 복지정책 중 하나인 기초연금이 저소득층 근로자들의 국민연금 가입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연금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매달 일정액을 받을 수 있는 기초연금제가 도입되면서 저소득층의 국민연금 가입 동기가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저소득층 근로자의 국민연금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도입한 두루누리 사업의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두루누리 사업은 월소득 130만원 이하의 비정규직 근로자 등이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에 더 많이 가입하도록 보험료의 일부(3분의 1~2분의 1)를 지원해주는 제도이다.

◇저소득층을 고민에 빠뜨리는 기초연금=대선 당시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20만원 일괄지급’을 원칙으로 했던 기초연금제는 현재 국민연금 가입 여부에 따라 일정액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리모델링 중이다. 인수위에 따르면 비슷한 소득의 저소득층이더라도 국민연금 미가입자는 애초 약속대로 20만원 전체를, 국민연금 가입자는 ‘20만원-α’를 받게 된다. ‘α’는 월 5만~7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액수는 20만원으로 두 배 늘었지만 국민연금과 100% 중복 수급이 가능한 현재의 기초노령연금제(만 65세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 9만7100원 지급)보다 후퇴한 안이다.

물론 ‘α’를 깎더라도 국민연금 가입자는 총액 기준 미가입자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다. 하지만 낸 보험료를 생각하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가입자는 최저 보험료(2만1600원) 및 최소 가입기간(10년)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이미 259만2000원(2만1600원×120개월)을 적립했기 때문이다.

중산층 이상 정규직 근로자는 이 정도 손실을 감수할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기초연금 월 20만원으로는 노후 생계유지가 불가능한 데다 민간 연금보험보다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소득층이라면 어차피 받을 기초연금을 깎여가며 국민연금에 새로 가입할 이유가 없다.

◇앞길 험난해진 보험료 지원사업=현재 국민연금 가입자는 1342만명으로 전체 경제활동인구 2476만명의 55% 정도에 불과하다. 공무원연금 등 기타 공적연금 가입자를 빼더라도 미가입 비율은 30%를 넘는다. 이 중 임시·일용직(251만명)과 노점상·특수직(141명) 등 아예 소득 신고가 누락된 이들도 392만명이나 된다. ‘돈은 벌면서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사각지대가 적게 추산해도 400만명 가까이 된다는 뜻이다.

이들을 국민연금에 가입시키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저소득층의 국민연금 및 고용보험 보험료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성적은 예상을 밑돌았다. 지난해 말 기준 지원자는 81만5557명(총 1492억원). 전체 예산(2075억원)의 72%만 소진했을 뿐만 아니라 신규 가입자도 22만명으로 27.8%(지난해 11월 말 기준)에 그쳤다. 사각지대 축소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초연금 지급액이 국민연금과 연동되면 당장의 보험료가 부담스러운 저소득층을 국민연금으로 끌어들이는 일은 더욱 힘들어지게 된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기초연금(20만원)만으로는 최소 생계유지가 어차피 어렵기 때문에 국민연금은 확대돼야 한다”며 “기초연금은 저소득층의 국민연금 가입동인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재설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