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상기구 이관, 부처 이기주의 경계한다

입력 2013-02-04 17:19

필요성 구체적으로 설득하고 심도있는 논의 벌여나가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달 15일 정부조직개편안 발표에서 통상기능을 외교통상부에서 새로 개편되는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한다고 밝힌 이래 논란이 들끓는다. 4일 한 달여 만에 개원한 국회가 정부조직법 개정안 논의를 위한 여야협의체 1차 회의를 비롯,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도 이 문제를 의제로 삼아 거론하기 시작했다. 새 정부 출범이 불과 3주 앞으로 다가왔으나 뒤늦게나마 정부조직개편과 관련해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됐음은 다행이라 하겠다.

원론적으로 말한다면 잦은 정부조직개편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20년 동안 5년에 한 번씩, 즉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정부조직이 바뀌었다. 문민정부에서 이명박정부에 이르기까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이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혼란을 초래한 것은 아닌지 우려될 정도다. 그럼에도 다시 정부조직개편이 거론되는 것은 기존 조직에 대한 문제점을 그냥 방치할 수 없다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예컨대 이번 통상기능 산업부처 이관과 관련해서도 먼저 충분한 논리와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는 이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배경을 설명한 적이 없다. 박 당선인이 통상기구의 경제부처 이관과 관련해 유일하게 밝힌 것이라고는 지난 31일 강원지역 여당의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외통위 상임위 활동을 하면서 느낀 바와 들은 바가 있어서 (이를) 종합해서 낸 결론”이라고 말한 정도다.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은 바로 그 대목이다. 박 당선인이 이관을 하기로 결정하게 된 이른바 ‘느낀 바와 들은 바’가 과연 뭐냐는 것이다. 그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면 될 일을 두고 통상기능 이전에 반대하는 주장에 대해 “새 정부가 부처 이기주의를 없애고 정부 간 칸막이만 막아내면 큰 문제가 없다”고 하는 당위성만을 들고 나와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과거 국민의정부 출범과 더불어 통상기능이 외교부로 이전되는 과정에서도 경제·산업부처 및 전문가들의 반대가 적지 않았다. 다만 당시 국민의정부의 주장은 나름 설득력이 있었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및 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등을 겪으면서 당시 통상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90년대 말부터 본격화된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를 위한 효율적인 대응 필요성 주장이 그것이었다.

15년이 지난 지금 다시 통상기능을 원래 부처로 되돌리자면 그에 걸맞은 설득력을 갖춰야 한다. 그간 산업계가 불만을 터뜨려온 배경도 있을 것이다. 해당 업계의 현안과 통상외교 현장 이슈가 겉도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산업정책과 통상정책이 상충되는 문제 등도 있을 것이다.

반대론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통상기구 이관 후 통상교섭 과정에서의 효율성 저하 문제, 최근 불거지고 있는 다양한 통상이슈에 대한 전문성을 발휘하기엔 애로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통상기능 이전과 관련해 제기될 수 있는 제반 문제들에 대해 국회는 심도 있게 논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