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서완석] 세대간 소통을 위해
입력 2013-02-04 17:19
1960∼70년대 미국을 휩쓴 히피문화의 주도세력은 소외계층인 유색인이 아닌 백인 젊은이들이었다. 그들은 미국 주류사회를 형성하는 앵글로색슨계·백인·개신교 가정 출신들이었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장래가 보장된 안락한 삶을 살아가던 그들은 기성의 사회 통념, 제도, 가치관을 부정하고 인간성의 회복, 자연으로의 귀의 등을 주장하며 반전과 자유, 평화를 기치로 내걸었다. 멋대로 기른 수염에다 장발, 나팔형 청바지 등으로 치장한 그들은 집을 뛰쳐나가 자신들만의 주거공간에서 살았다. 그들 부모의 상실감이란.
청바지, 재킷 입는 美 아버지
70년대 후반에는 이들의 하부문화라 할까, 10대 무직 젊은이를 중심으로 극단적인 ‘펑크 문화’가 생겨나기도 했다. 실업이 만연한 막막한 현실을 반영하듯 이들은 낙천적이고 유토피아적인 히피에 비해 좀더 반항적이며 공격적인 양상을 띠었다. 청바지는 찢어졌고, 가죽 재킷에 요란한 머리 모양을 하면서 부모세대들의 애간장을 어지간히도 태웠다.
1980년 들어 복음주의에 기초한 신보수주의자(네오콘)가 정치의 전면에 나서면서 변화의 조짐이 일기 시작했다. 네오콘은 미국 건국의 이념적 토대가 됐던 여러 가치관의 옹호자이기도 했다. 그들은 강한 미국, 낮은 세금, 작은 정부를 추구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가족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겼다. 네오콘에 대해서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지만 가족의 가치를 끔찍이 생각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가정 해체의 위기감 속에 미국 기성세대가 마음을 연 것은 이때였다. 히피족과 펑크족들로 만신창이가 된 가정을 회복하기 위해 기성세대는 세대간 소통을 위해 자신이 변화하는 방법을 택했다. 정장 슈트 대신 청바지 위에 양복 상의를 입는 패션이 그때부터 출현했다. 전통의 신사패션과는 미스매치된 새로운 패션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중년 신사의 상징인 중절모도 버렸다. 대신 운동모자를 썼다. 미국 기성세대가 전통 패션 대신 복장부터 젊은 세대와 융화하려고 노력한 것이다.
세대간 이질감을 말하자면 현재의 한국은 당시 미국 못지않게 심각한 듯하다. 어린 세대는 디지털 문화에 젖어 기성세대와 높은 벽을 쌓고 있다. 또 대학을 졸업해도 번듯한 직장 하나 구하기 힘든 현실 속에서 고학력 젊은 세대의 상실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는 풍요의 시대를 살아온 젊은 세대와 굶어본 개발세대의 생각차이는 비단 문화의 차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견해도 극단적이다. 지난달 대선에서 보여준 것처럼 50·60대 지지자의 3분의 2와 20·30대 지지자의 3분의 2는 서로 다른 인물이었다. 오죽했으면 지난 대선은 일부 언론의 지적처럼 ‘세대간 전쟁’으로 불렸겠는가. 세대간의 생각이 늘 다르긴 하지만 80년대 미국 기성세대들이 느꼈을 위기감은 이제 남의 일만은 아닌 게 됐다. 이제 우리 부모도 변할 때가 왔다.
SNS 통해 젊은층과 호흡해야
그렇다고 그들처럼 패션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이미 세대간 구분이 없을 정도로 패션은 세대를 초월했다. 힙합바지를 입은 아버지,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아버지가 흔한 세상이다. 운동모 패션은 이제 세대간 공동 패션이 돼 버렸다.
부모세대가 젊은 세대를 위해 다가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뭘까. 바로 적극적으로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참여하는 것이다. 젊은 세대의 소통수단인 SNS에 동참해 같은 눈높이에서 그들과 호흡하는 것이다. SNS를 통해 그들의 생각을 읽고 이해하며 그들과 사고의 차이를 줄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손쉬운 소통방법이 될 것이다. 그것은 소통뿐 아니라 사회적 유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서완석 체육부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