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병덕] 신용카드 수수료율 정착하려면
입력 2013-02-04 17:19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큼 신용카드가 활성화된 나라도 드물다. 소비자는 몇 천원짜리 계산도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다양한 포인트를 적립 받는다. 지갑에 ‘플라스틱 머니’ 한 장만 지니면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고, 국가 차원에서도 세원노출을 통한 지하경제 양성화 등 장점이 많다. 반면 가맹점들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로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해 왔다.
문제는 수수료가 가맹점 규모에 따른 교섭력 차이에 따라 불합리하게 수십년간 지속되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금융감독당국은 30여년간 유지되어오던 카드 가맹점수수료 체계를 가맹점 원가를 기초로 한 합리적인 방식으로 개선하였다. 대형 가맹점과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던 중소형 가맹점 간의 불균형을 해소하여 합리적인 수수료 체계로 전환시켰다는 점에서 이번 개편의 의의가 있다.
이번 신(新)가맹점수수료 체계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적 배려가 곳곳에 녹아 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중소 가맹점에 적용하는 우대 수수료율도 기존 1.8%에서 1.5%로 인하하였고, 이의 적용을 받는 가맹점 수도 크게 늘렸다.
결제 건당 부과되는 밴(Van) 수수료로 인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원가를 적용받을 수밖에 없는 소형 슈퍼나 편의점 등 소액다건 거래가맹점을 보호하기 위해 소액다건 가맹점은 현재 수수료율을 상한으로 하는 조항을 두어 인상을 억제하였다는 점에서도 사회적 약자 보호에 대한 법 개정의 대의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경제민주화 실현이라는 사회적 요구에도 적극적으로 부응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금융당국의 노력과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여 이제는 대형 가맹점과 카드사들이 합리적인 체제 개편에 따른 새로운 시장질서 확립에 적극 협조하고 더 나아가 고객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몇 가지 당부사항을 전달코자 한다. 가맹점 측면에서는 아직도 합의가 되지 않고 있는 일부 대형 가맹점은 조속히 현행 개정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가맹점 수수료 계약을 체결하여야 할 것이다.
또 앞으로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대형 가맹점이 카드사에 마케팅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금지되어야 한다. 만약 카드사와 가맹점이 공동마케팅을 할 경우에도 가맹점의 합리적이고 적절한 비용분담이 필수적이다.
공정거래 차원에서 이에 대한 감독당국의 철저한 감독도 요구된다. 카드사 측면에서는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인해 줄어드는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고비용 마케팅 경쟁을 자제하고 내실경영을 통한 지속적인 원가절감 노력이 필요하다.
또 카드사의 마케팅 측면에서 마구잡이식 퍼주기가 아니라 상품서비스의 효율을 높이고 고객니즈를 정확히 파악하여 서비스를 집중해 나가는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 이는 결국 카드사 경쟁력의 원천이 되어 지속적인 성장에 핵심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이와 함께 카드사가 지금까지는 대형 가맹점과의 제휴 중심으로 영업을 해왔다면 앞으로는 사회 전반적인 동반성장을 위해 소상공인 단체들과 제휴를 확대하고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상공인과 카드사 간의 다양한 협력분야 개발이 가능할 것이며 이를 통해 합리적 시장질서 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