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진重지회 ‘시신농성’ 풀고 상생의 길로 가라
입력 2013-02-04 17:15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의 ‘시신농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최강서씨의 시신이 든 관을 들고 부산 영도조선소에 들어간 한진중공업지회 노조원 등은 6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최씨는 지난해 12월 21일 ‘회사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158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농성자 중에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를 둘러싼 노사갈등 때 309일간 크레인 농성을 벌였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도 포함돼 있다.
최씨가 소중한 생명을 스스로 끊은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지회 노조원들이 상급 단체 조합원들과 함께 시신을 볼모로 농성을 벌이는 것은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신을 담보로 한 농성이 세상의 이목을 끌지는 몰라도 부산 시민은 물론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농성이 장기화하면 노사갈등을 넘어 노노대결이 심화될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현재 한진중공업에는 성향이 정반대인 두 개의 노조가 대치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지회의 장기간 파업에 등을 돌린 근로자들이 한진중공업노조(위원장 김상욱)를 새로 만든 것이다. 전체 조합원의 74%가량이 가입한 한진중공업노조가 단체교섭권을 쥐고 있다. 이 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극소수 강경 조합원이 외부세력과 조선소에 난입해 시신 볼모 투쟁을 벌이는 바람에 일터가 또다시 생존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욱 위원장은 대형선박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산 시민단체들도 즉각적인 농성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세계 조선업계는 사상 최악의 불황에 직면해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유럽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선사들이 기존에 발주한 물량까지 취소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세계 최고의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았겠는가. 한진중공업은 일부 직원들만 조업에 참여할 정도로 일감이 턱없이 부족하다. 강경 소수파인 한진중공업지회는 노사가 상생하는 길로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