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나침반] 심하게 흔들리는 치아, 빼야 할까 버텨야 할까
입력 2013-02-04 16:32
심하게 흔들리는 치아 때문에 치과를 찾은 어르신들을 진단할 때면 늘 고민에 빠진다. 빼는 게 좋을지 조금 더 써보시도록 하는 게 좋을지는 치과의사로서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잇몸은 한 번 나빠지기 시작하면 회복시키기가 굉장히 어렵다. 치아가 심하게 흔들리지 않거나 잇몸뼈가 아직 꽤 남아있는 경우라면 치석을 제거하고 염증을 가라앉혀 한동안 더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너무 심하게 흔들리고 치료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염증이 진행됐다면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는 치아로 판정을 내린다. 그런데 이런 상태가 되면 대개는 심한 통증과 불편을 호소하기 때문에 빼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드리기가 어렵지 않은데, 가끔 별로 아프지도 않고 불편하지도 않다고 하는 분들이 있어 고민을 하게 된다.
임플란트가 대중화되지 않았던 과거에는 환자 본인 치아가 불편하지만 않다면 최대한 마지막 순간까지 사용하도록 노력한다는 것이 원칙이었다. 회복할 수 없는 치아라도 본인만 견딜 만 하면 흔들리는 치아를 좀 더 쓴다고 해서 손해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흔들리는 치아를 오래 방치할수록 염증 때문에 주위의 잇몸뼈는 더 많이 녹아 없어진다. 그러면 나중에 이를 뺀 후에 임플란트 시술을 하는 데 결정적인 어려움이 생긴다. 임플란트를 심을 뼈가 모자라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치의학계의 패러다임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잇몸의 상태가 도저히 회복시키기 어려울 정도로 나빠졌고 장차 임플란트를 할 계획이 있는 상태라면, 어차피 머지않아 빼게 될 치아를 불편을 감수하며 쓰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뼈가 더 많이 남아있을 때에 임플란트를 시술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래야 임플란트의 수명이 길어진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치아를 빼야한다고 말하는 것은 치아에 대한 사형 선고와 같기 때문에 언제나 갈등되고 고민되는 일이다. 특히 치아를 빼야 한다는 진단을 처음 받아본 환자들은 마치 젊음을 잃은 것과 같은 큰 상실감을 느끼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독자 여러분은 올바른 잇솔질과 치실 사용, 그리고 정기적인 스케일링을 꼭 챙겨서 치과의사들에게 이런 고민을 덜 하게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광욱 유디치과 한국노총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