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 2급 장애 딛고 서울대 합격 이석현씨 “묵묵히 업어다준 친구들 도움 컸어요”
입력 2013-02-03 23:47
뇌병변 2급 장애를 앓고 있는 이석현(20)씨가 2013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 기회균형전형Ⅱ 인문대학 인문계열에 합격했다.
장애인 국악 공연단 ‘땀띠’에서 활동하는 이씨는 3일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저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꿈을 이룬 이들을 생각하며 ‘여기서 멈출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태어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뇌병변 2급 장애 판정을 받았다.
중학교 2학년을 마친 2008년에는 계속 굽어가는 다리 근육과 뼈 10여곳을 절개하는 대수술을 받아 학업을 1년간 중단하기도 했다. 이후 걷기가 불편해진 이씨는 항상 어머니 등에 업혀 등하교를 했다.
고마운 친구들도 많았다. 이씨는 “옥상에서 체육수업을 하는 날에는 친구가 묵묵히 업어서 데려다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한 고교 2학년 때는 일 때문에 밤늦게까지 혼자 남는 경우도 많았다. 이씨는 “혼자 집에 갈 때는 휠체어를 미는 손이 다 까질 정도였다”며 “삶을 스스로 개척해보려 하지만 어려울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씨가 땀띠 활동을 시작한 건 불편한 몸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이씨는 2003년 장애를 가진 또래친구 4명을 모아 국악 연주를 시작했다. 이들은 점차 국악의 매력에 빠졌고 지금은 정기적으로 재능기부 공연도 하고 있다. 땀띠는 평창스페셜올림픽 개막 공연 무대에도 섰다. 이씨는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모였지만 ‘땀띠’나게 연주해 보자는 취지로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땀띠를 통해 장애를 극복한 모범 학생으로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았다.
땀띠 멤버들은 국악을 배우면서 몸도 많이 좋아졌다. 이씨를 제외한 4명의 멤버가 자폐증 등을 앓고 있어 소극적이었지만 국악 연주는 이들을 완전히 바꿔 놨다. 이씨는 “처음엔 아무 말도 안 하던 한 멤버가 요즘엔 카카오톡으로 ‘언제 연습하냐’고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씨는 “우리가 국악을 통해 치유받은 것처럼 많은 장애인들이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재능기부 활동을 꾸준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