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 임박] 위협수위 고조시키는 北, 미국 겨냥 날짜 잡을 듯
입력 2013-02-03 18:21
북한이 3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소집해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고 공개한 것은 사실상 마지막 핵실험 예고로 볼 수 있다. 북한이 공언한 대로 미국을 겨냥한 핵실험 날짜를 잡을지도 주목된다.
◇핵실험 수순 밟는 북=북한은 지난달 2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지 두 시간 만에 외무성 성명으로 핵실험 강행을 시사했다. 24, 25일에는 각각 국방위원회와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으로 핵실험 예고 수위를 높였다. 이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직접 주재한 회의에서 “국가적 중대조치를 결심했다”(27일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협의회),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중앙군사위 확대회의)고 공개했다.
안보리 결의 이후 열흘 동안 점진적으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모양새다. 특히 북한이 김정은 시대 권력의 핵으로 당과 군을 아우르는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개최하고 이를 공개한 것은 핵실험 전 마지막 수순을 밟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핵실험 예고 뒤 강행 직전까지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였던 1·2차 핵실험 때와 달리 이번엔 관련 절차를 거의 모두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다. 내부 결속을 강화하면서 대외적으로 절차를 거쳐 정책을 결정하는 ‘정상국가’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번에도 월요일 오전, 미국 겨냥?=북한은 1·2차 핵실험을 모두 월요일 오전에 강행했다. 2차 핵실험을 강행한 2009년 5월 25일은 우리의 현충일 격인 미국 ‘메모리얼 데이’였다. 북한이 지난달 24일 국방위 성명에서 “핵실험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공언한 이상 이번에도 미국인들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날을 택하리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미국 프로 스포츠 최대 행사인 ‘슈퍼볼’이 열리는 4일이나, 공휴일인 18일 ‘대통령의 날’을 노릴 수 있다. 공교롭게 두 날 모두 월요일이다.
반면 북한이 이번 핵실험을 김정은 체제를 공고히 하는 내부 결속용으로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 만큼, 김정일 생일인 16일에 단행하리란 전망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인 25일도 거론된다. 북한이 차기 정부 출범 전, 아직 이명박 정부 체제일 때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박근혜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북한이 어떤 의미로 날짜를 정해 강행할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어느 쪽이든 이달은 넘기지 않으리란 게 정부와 대다수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