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덕유산 반달가슴곰 이동 통로 조성

입력 2013-02-03 22:53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덕유산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방도로 일부를 폐쇄해 곰 이동 통로를 만드는 사업이 추진된다. 야생동물을 위해 기존 도로를 없애는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자연환경국민신탁은 환경부렷畸뭇돈寬翩渶전북 장수군과 함께 지리산∼덕유산 구간의 백두대간을 연결해 반달가슴곰 이동통로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3일 밝혔다. 현재 지리산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방사했거나 산에서 태어난 곰 26마리와 야생곰 한 마리 이상이 살고 있다. 그러나 곰 한 마리의 행동반경이 30∼200㎢인데 비해 지리산국립공원의 면적이 440㎢에 그쳐 곰들의 영역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전재경 자연환경국민신탁 대표는 “반달가슴곰은 지리산이라는 ‘섬’안에 갇혀 있는 상태”라며 “반달가슴곰들이 도토리가 풍성하게 열리는 덕유산으로 넘어가려고 88고속도로 쪽으로 접근하다가 잡혀오곤 했다”고 말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앞으로 곰 개체 수가 50마리 이상으로 늘어나면 설악산에도 반달가슴곰을 방사할 계획이다. 이들 곰이 백두대간을 따라서 마음대로 오갈 수 있으려면 현재 88고속도로뿐 아니라 경부고속도로의 추풍령 등 도로들로 단절된 구간이 복원되거나 이동통로로 연결돼야 한다.

전재경 대표는 “2015년 말 88올림픽고속도로의 확장 공사가 끝나면 전북 장수군 번암면 유정리 앞 지방도로는 통행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주변 농지 10필지(1만639㎡, 감정가 1억5000만원)를 매입하면 지방도로 900m 구간을 폐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88고속도로 아래에는 곰이 이동할 수 있는 생태통로를 만들기로 장수군 및 한국도로공사와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신탁은 반도체 장비업체인 한국램리서치(유)가 7500만원을 기부하기로 했고 나머지는 모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개발사업자들이 납부하는 생태계보전협력금에서 공사비 일부를 지원할 방침이다. 자연환경국민신탁은 기부를 받아 생태적으로 보전가치가 있는 토지 등을 매입해 관리하는 특수법인으로 2007년 3월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자산에 관한 국민신탁법’에 따라 설립됐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