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난치병 ‘헌팅턴병’ 약물치료 시대 ‘눈앞’
입력 2013-02-03 18:10
퇴행성 뇌신경질환인 ‘헌팅턴병’의 약물 치료가 가능한 시대가 곧 올 것으로 보인다. 인구 10만명당 5∼10명꼴로 발병하는 희귀·난치성질환인 헌팅턴병은 춤추는 것처럼 몸을 떠는 증상이 나타나고 10∼15년 후 사망에 이른다.
포스텍 화학과 정성기, 생명과학과 김경태 교수팀은 지금까지 ‘혈-뇌장벽(Blood-brain barrier)’에 가로막혀 약물 치료가 불가능했던 헌팅턴병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고 3일 밝혔다.
혈-뇌장벽은 뇌 조직과 모세혈관 사이에 있는 일종의 보호장치로, 치료약물 같은 분자가 투과하기 굉장히 어려운 세포막구조를 갖고 있다. 알려진 약물의 98∼100%가 차단된다.
연구팀은 헌팅턴병 완화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혈-뇌장벽’ 때문에 뇌조직으로 전달되기 어려워 치료제로 사용되지 못한 약물 ‘트리할로즈’에 주목했다. 이 약물을 독자 개발한 ‘약물전달기술’을 이용, 혈-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트리할로즈 유도체 ‘TR-066’을 설계·합성했다. 이 물질을 헌팅턴병 유발 생쥐에게 투여한 결과, 병을 유발하는 단백질 응집체가 제거돼 증상이 호전되고 수명 역시 연장되는 것을 확인했다. 정 교수는 “앞으로 독성실험이나 임상시험 등을 거쳐 5∼7년 후 상용화가 예상된다”면서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다른 퇴행성뇌질환 치료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영국왕립학회가 발간하는 ‘메디컬 케미스트리 커뮤니케이션즈’ 2월호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